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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인터뷰] '세 마리 토끼' 잡은 추상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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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그녀는 자신의 이름 대신 '누구의 딸'로 불려야 했다. 이 2세 연기자에게 한국 연극계의 전설 고(故)추송웅이 남긴 벽은 그만큼 높았다.

하지만 이제 추상미(30)를 추송웅의 그림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연극판에 먼저 발을 디뎠지만, 영화 '접속''세이 예스''생활의 발견' 등을 통해 충무로의 간판 배우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3년,우리는 그녀를 주목해야 한다. 1년에 한 작품만 출연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던 그녀가 방송.영화.연극,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사냥'에 나선 것이다.

우선 추상미는 다음달 3일부터 방영되는 KBS1 TV 일일 드라마 '노란 손수건'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해외 유학을 마치고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사업체를 경영하는 당찬 신세대 여사장 역이다. 추상미로선 1999년 KBS 주말극 '사랑하세요' 이후 약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오는 20일부터 미스터리와 멜로 등이 혼합된 새 영화 '파괴'의 촬영에 들어간다. 시력을 잃어가는 여류 사진 작가로 출연한 영화 '미소' 역시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 오는 3월 말에는 그녀를 정통 연극 무대에서도 볼 수 있다.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휩쓴 연극 '프루프'(Proof)가 그 무대다. 국내에선 초연되는 작품이다. 그동안 뮤지컬에 한두 번 출연한 적은 있지만 정극은 97년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후 5년 만이다.

"제 계획을 듣고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세요. 세 가지 장르를 동시에 하는 것이 가능하겠냐고요. 그것도 나이 서른에…. 그런데 밀물처럼 밀려드는 감성을 견딜 수가 없어요. 숙성됐던 것이 터져나오려는 느낌. 배우로서 뭔가를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저를 사로잡고 있어요."

그러나 영화.연극에 비해 TV 복귀는 설레면서도 조금 겁이 난다고 한다. 3년이란 공백이 있었던 데다 6개월을 끌어가야 하는 일일극에는 처음 출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드라마 역시 삼각관계라는 전통적 구도를 따르고 있어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최근 많은 영화배우들이 TV에 복귀하는 시류를 탄 건 아니에요. 좋은 시나리오나 감독을 만나면 연기자로서 끌리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안방극장에 돌아오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방송작가 박정란씨가 작품을 맡았다는 얘기를 듣고 난 후라고 한다. 2000년 설 특집극으로 방송된 SBS '백정의 딸'에 출연한 이후 추씨는 박작가의 팬이 됐다.

"이제야 연기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요. 지난 3년간 영화에 미쳐 지냈는데, 그 경험이 좋은 자양분이 될 것 같아요. 기존 드라마엔 없는 캐릭터를 선보이고 싶어요. 여러분은 추상미만의 독특한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 거예요."

2003년의 도발, 그녀가 성공한다면 방송.연예가에서 여자 나이 '서른'을 국보급으로 모셔야 할지도 모른다. MBC '인어아가씨'의 장서희 역시 20년의 조연 생활을 서른이 돼서야 청산하지 않았던가.

글=이상복,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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