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애널리스트 못믿는 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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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을 왜 교수한테 들어야 합니까. 그 많은 애널리스트는 어디 있습니까. "

지난 13일 장 마감 뒤 서울 여의도 증권사 객장에서 투자자들은 답답해했다.

오전까지 버티던 주가가 아침 강연회에서 나온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 적자' 발언이 알려지면서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11포인트 하락하며 550선 아래로 밀렸다. 개장 초 6천원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도 오히려 6천원 하락한 17만원으로 장을 끝냈다. 이날 주가하락으로 날아간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조9천4백억원.

오는 20일 삼성전자가 2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하면 이 발언의 사실 여부는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해프닝으로 돌리기엔 파장이 컸다.

우선 시장에선 증권분석가(애널리스트)를 믿지 못하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국내 증권사에는 줄잡아 1천여명, 반도체 부문만 50여명의 애널리스트가 있다.

해당 기업의 경영상태를 파악해 미래의 수익을 전망하는 것이 이들의 일인데, 13일 이전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내놓은 애널리스트는 없었다.

"삼성전자는 거래소 시가총액의 12.5%를 차지하며 최근 10년간 국내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기업입니다. 발언이 사실이라고 해도 사전에 충분한 경고가 있었다면 주가가 그렇게 무너지진 않았을 것입니다. "

이날 수백억원의 평가손을 보았다는 대형 투신사 펀드매니저의 말이다.

반도체 값 등 주요 변수가 미국 등 선진국 경기 상황과 연결돼 결정되는 판에 국내에서 정확한 분석을 내놓기 힘들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세계시장의 35% 이상을 차지한다. 모든 업종을 다 제대로 보긴 어렵겠지만 국가 경제의 젖줄인 핵심산업을 분석하는 산업분석 전문가를 시급히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경제라는 숲은 기업이라는 나무가 모여 만들어집니다. 나무의 건강 상태를 살피는 사람이 부족하고 훈련도 안돼 있는데 숲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주식투자를 잘 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의 충고가 귀를 때린다.

나현철 경제부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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