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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청와대 기록 34만 건 2023년까지 목록도 못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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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역대 대통령의 기록을 보관하는 곳은 국가기록원 산하 ‘대통령기록관’(경기도 성남시 시흥동)이다. 이곳 인터넷 홈페이지(www.pa.go.kr)에선 전직 대통령들이 남긴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본지가 18일 검색한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해선 2007년 10월의 2차 남북정상회담 기록은 물론 어떤 정상회담 관련 기록도 검색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2000년 6월 15일 청와대 비서실이 작성한 ‘남북정상회담 환영행사’ 14쪽 문건을 포함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제1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록은 39건이 검색됐다. 이 외에 김대중 정부의 기록으론 김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등과의 정상회담 관련 문서 190건이 공개돼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1995년 3월 6일 독일 헬무트 콜 전 총리와의 정상회담 문건(43쪽)을 포함해 143건의 정상회담 기록이 나타났다. 노 전 대통령 시절의 정상회담 기록물만 없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비공개 대상인 비밀기록물이나 지정기록물을 제외한 일반기록만 검색할 수 있다”며 “노무현 정부의 정상회담 기록물은 상당수가 지정기록물”이라고 밝혔다.

 이런 관리 규정을 담은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제정됐다. 2007년 4월 행정자치부 소속의 국가기록원이 청와대 비서실과 함께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때 비밀취급 인가자가 열람할 수 있는 비밀기록의 한 단계 위에 ‘지정기록물’이란 게 생겼다. 기록을 생산한 대통령 외엔 누구도 최장 30년의 보호기간 중 열람할 수 없는 기록물을 뜻한다. 지정권자는 대통령이다.

 이 법률 17조 ‘지정기록물 보호’ 조항엔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뿐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을 담은 기록도 보호기간을 지정할 수 있게 했다. 보호기간 내 열람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라는 헌법 개정과 같은 절차를 밟게 했다.

 노무현 정부는 국가기록원에 총 825만여 건의 대통령 기록을 넘겼다. 이 중 34만 건이 지정기록물이라고 행안부는 밝혔다. 기록물들은 ‘○○○○년 대통령 기록’ 등의 제목과 보호 기간이 부착된 채 상자에 봉인돼 있다. 보호 기간은 10년, 15년, 30년 등이다. 보호기간은 퇴임한 다음 날인 2008년 2월 25일부터 적용한다. 이들이 어떤 문서인지는 국가기록원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송귀근 국가기록원장은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고희선(새누리당) 의원이 “대화록을 보관 중이냐”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지정기록물 목록도 15년 보호기간의 지정기록으로 봉인해 대화록이 포함돼 있는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춘추관장이던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2차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은 외교·통일에 관한 비밀이어서 보호기간을 30년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결국 헌법 개정에 준하는 절차를 밟지 않는 한 대화록은 30년 뒤에나 열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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