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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뉴엘’실비아 크리스텔 잠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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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1975년 영화 ‘엠마뉴엘2’에 출연한 실비아 크리스텔. [중앙포토]

전 세계 7080 세대 남성들의 ‘금단의 로망’ 실비아 크리스텔이 숨을 거뒀다. 네덜란드 출신 영화배우인 크리스텔은 18일 잠자던 중 사망했다고 AFP 통신 등이 이날 전했다. 60세.

 크리스텔은 1952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여관을 운영하던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1m80㎝가 넘는 키로 17세 때 모델 일을 시작했고, 73년 ‘미스 TV 유럽’에 출전해 1위를 차지했다.

이듬해 처음으로 출연한 프랑스 영화 ‘엠마뉴엘’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태국을 배경으로 성애(性愛)의 탐험에 나선 여성 엠마뉴엘을 연기한 크리스텔은 청순한 외모와 당시로선 파격적인 정사 장면으로 세계 남성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엠마뉴엘은 전 세계 극장에서만 3억5000만 명 이상이 봤고 파리 샹젤리제의 극장에서 13년간 상영되는 기록을 세웠다. 여객기 내 충격적인 정사 장면 등으로 한국에선 80년대까지 상영이 금지됐다. 한국 에로영화의 대표 격인 ‘애마부인’ 시리즈에 영감을 줬다.

 크리스텔은 이후 엠마뉴엘 속편들과 ‘차타레 부인의 사랑’ ‘개인교수’ ‘마타하리’ 등 5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성애의 여신’으로 자리매김했다. 배우 유혜리와 함께 한국영화 ‘성애의 침묵’(1992)에 출연하기도 했다.

 스크린 뒤편, 그의 삶은 어두웠다. 아홉 살 때 성폭행을 당했다. 배우로 성공했지만 ‘엠마뉴엘’ 이미지가 너무 강해 번번이 연기 변신에 실패했다. 마약에 빠졌고 알코올 중독에도 시달렸다. 열한 살 때부터 필터 없는 담배를 피워온 크리스텔은 2001년 두경부암을 시작으로 폐와 간 등에 암이 전이돼 외과 수술과 화학치료를 받아왔다. 지난 7월엔 뇌졸중으로 암스테르담 병원에 입원했다. 유족으론 벨기에 작가 위고 클라우스와의 사이에 태어난 37세 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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