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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롬니 ‘실탄 쌓기’ 마지막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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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공화당 밋 롬니 대선 후보가 2차 토론회에서 격돌한 16일(현지시간) 선거자금을 모으기 위한 장외전도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진행됐다.

 오바마의 지지자들은 이날 하루에만 오바마 부부로부터 다섯 통의 e-메일을 받았다. 오전 8시34분에 오바마가 ‘긴급’이라는 말머리가 붙은 첫 e-메일을 보내더니 오후 3시54분에는 영부인 미셸이 e-메일을 보내 “선거자금을 기부하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다”며 독려했다. 기력을 다 뺐을 법한 토론 직후인 오후 9시31분에도 오바마는 e-메일을 통해 “나는 오늘 최선을 다했지만, 여러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기부를 부탁했다.

 오바마 캠프는 17일에도 롱 아일랜드와 파크 애비뉴에서 수백 명이 참가한 가운데 모금행사를 열었다. 롬니 캠프의 모금전 역시 막강한 화력을 뽐냈다. 롬니를 후원하는 고액 기부자 1000여 명은 16일 파크 애비뉴의 월드포 아스토리아 호텔에 모여 선거자금 모으기에 나섰다. 원래 이 행사는 롬니 캠프가 감사의 표시로 마련한 기부자 모임으로 이날은 파티를 열며 토론회를 지켜보는 순서였다. 하지만 캠프 쪽에서 “45분 동안 200만 달러를 모으자”는 야심 찬 미션을 부여하자 귀한 손님들은 쉴 새 없이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전화 대상은 당내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인 프라이머리 때 법정 상한선인 2500달러를 기부한 뒤로는 전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1만6000명. 대연회장에서 전파가 잘 잡히지 않는 탓에 정·재계 거물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로비를 서성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고 LA 타임스는 전했다.

 양쪽의 모금 운동이 이처럼 최고조에 이른 이유는 바로 17일이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선거자금을 신고하는 마감일이었기 때문이다. FEC는 매달 두 후보가 모은 선거자금을 공개해 왔는데, 이는 캠프의 사기와 지지세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이날까지 모은 자금이 11월 6일 선거 전에 공표되는 마지막 액수이기 때문에 양 진영이 더욱 열을 올린 것이다. 9월 선거자금 모금 결과는 오바마 1억8100만 달러, 롬니 1억7000만 달러로 오바마가 앞섰다. 하지만 이는 롬니가 선거운동을 시작한 이후 최다액인 데다 1차 토론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이달에는 더 많은 금액이 모였을 것이라고 롬니 캠프는 낙관했다.

 물론 오바마 진영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우선 2008년 승리의 주역이었던 소액 기부자들의 후원이 여전하다. ‘현직 프리미엄’으로 얻은 선거자금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9월 말 현재 내부 고발자를 전문으로 대리하는 변호사나 로펌이 모은 금액이 300만 달러를 넘어선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월가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기업 부패를 제보하는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상과 보호책을 강화한 덕분이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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