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총회] 김운용 회장의 앞날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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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 최초로 IOC 위원장에 도전했던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사진)이 낙선함으로써 앞으로 국내외 스포츠계에서 입지가 상당히 어려워질 전망이다.

우선 1986년 IOC 위원으로 뽑힌 뒤 2년 만인 88년 집행위원으로 선출된 김회장은 92년부터 96년까지 부위원장으로 활동했고 97년부터 다시 집행위원이 됐지만 이번 모스크바 총회를 끝으로 4년 임기가 만료됐다.

따라서 개혁을 기치로 내세운 자크 로게 위원장이 사마란치 전 위원장의 지원을 받아 다시 한번 IOC 내의 '개혁 반대세력' 을 몰아내려고 한다면 IOC 평위원인 김회장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회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21년 동안 국제올림픽을 이끌었으며 향후 일정한 지분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는 사마란치 전 위원장에게 반기를 들었다. 때문에 사마란치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로게 위원장과 사마란치 추종자들은 김회장의 영향력을 제거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위원장 선거에서 지긴 했지만 아시아.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실질적인 지도자임이 다시 한번 확인된 만큼 로게 위원장이 김회장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위원장 선거 패배를 계기로 김회장의 활동은 위축될 것이다.

현재 맡고 있는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김회장의 국제무대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내 체육계의 '지원' 이란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 국제적 '거물' 의 이미지를 상처받은 만큼 국내 체육의 수장 자리도 자의든 타의든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김회장이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크게 활약한 대원로로서 앞으로는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는 데 더욱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며 "명예로운 은퇴도 진지하게 염두에 둬야 할 시기"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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