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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총회] 사마란치 후임 위원장에 로게 유력

중앙일보

입력

사상 첫 유색인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 출마한 김운용(70) 대한체육회장의 도전이 '유럽-백인'으로 압축되는 기득권층의 총공세에 밀려 좌절될 공산이 커졌다.

신임 IOC위원장 선거를 앞둔 16일(한국시간) 선거가 열리는 모스크바에 몰려온각국 언론은 일제히 '자크 로게 유력'을 타전했다.

당초 팽팽하리라던 자크 로게(벨기에)와 김회장 간의 승부의 균형이 빠르게 로게 쪽으로 기울며 '사마란치의 후계자는 로게'라는 관측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형세다.

이런 급격한 판도 변화는 베이징(北京)이 2008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면서 "아시아에 2개의 선물을 안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IOC 위원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비롯됐다.

더구나 김운용 회장이 "당선되면 위원 1인당 5만달러씩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김 회장에게 불리한 징후가 더욱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 보도가 나오자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빚어진 뇌물 파동에 연루됐던 김 회장의 전력이 다시 부각됐으며, IOC는 급기야 윤리위원회를 통해김 회장의 진의를 알아보는 등 '조사' 를 벌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IOC의 부패를 막기 위해 위원들에게 일정액의 활동비를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으나 이 발언이 '돈으로 표를 사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 김 회장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두드러지게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IOC의 부패'와 연관됐다는 김 회장의 이미지가 순수성을 되찾겠다는 '미스터 클린' 로게의 입지에 비해 크게 훼손됐다는 분석이다.

유럽계 IOC 위원들은 "김 회장은 아들까지 올림픽 관련 추문에 연루되는 등 과거와의 단절이 어려워 대대적 개혁을 당면 과제로 삼고 있는 IOC 새 위원장에 부적합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김 회장은 그동안 믿었던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이 2008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 이후 노골적으로 로게 지지로 돌아선 것도 김 회장에게 크게 불리한대목. 또 후보 당사자와 사마란치 위원장에게도 투표권을 제공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백인계 표가 많아지는 등 김 회장에게 불과 이틀새 악재만 겹쳤다.

이에 따라 선거를 불과 몇시간 앞둔 김 회장 진영은 갑작스러운 판도 변화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

김 회장 진영은 "유럽과 백인 등 IOC를 독점해온 세력이 김 회장 당선 가능성이의외로 높아지자 바짝 긴장해 총력을 모으고 있다"면서 "흑색선전과 교묘한 이미지조작 등을 통한 기득권층 이탈방지 작전이 위력을 발휘하며 대세가 불리하게 흐르고있다"고 분석했다.

김 회장의 한 측근은 "낙선했을 때 거취도 생각해볼 때"라며 선거 패배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IOC 위원장 선거는 이날 오후 4시부터 모스크바 세계무역센터 콩그레스홀에서치러지며, 올림픽 개최지 결정과 마찬가지로 5명의 후보중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최소 득표자를 떨어트려나가는 방식으로 투표를 반복한다.

전체 IOC 위원 122명 가운데 후보 출신국 위원과 불참자를 제외한 110명이 투표에 참가하기 때문에 56표를 얻어야 당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2차투표부터는 탈락한후보 국가 위원도 투표에 참가하게 된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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