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루키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라

중앙일보

입력

얼마전 시즌을 끝마친 NBA에서 가장 이슈가 되었던 일은 뭐니뭐니해도 2001 NBA 드래프트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여느때와는 달리 고졸선수들이 대거 상위픽에 지명되면서 강세를 떨쳤다.

고졸 최초의 1순 1위 선수인 콰미 브라운을 시작으로 타이슨 챈들러(2위), 에디 커리(4위), 드사가나 디옵(8위)등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런 기현상은 최근들어 코비 브라이언트, 트레이시 맥그래디, 케빈 가넷 같은 고졸출신 스타플레이어들의 등장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해마다 드래프트철이 되면 NBA팬들은 섣부른 기대를 하곤한다. 특히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뛰어난 운동능력과 신체조건을 갖춘 고졸유망주들이 대거등장하면서 벌써부터 제2의 케빈 가넷이니 트레이시 맥그래디니 하면서 들떠있는 분위기를 엿볼수 있었다.

하지만, 드래프트가 무엇인가? 그것은 '미래의 스타감'을 선점하는 것이지, 이미 완숙한 스타플레이어들을 뽑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드래프트를 생각해 보자. 상위픽에 지명된 선수들은 모두 스타급 선수들이 되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황금 드래프트'로 불리우는 84년 드래프트에서 2위로 지명된 선수는 바로 포틀랜드가 뽑은 샘 부위였다. 샘 부위? 깊은 관심이 없는 NBA팬이라면 생소한 이름이다. 그러나 샘 부위는 당시 아킴 올라주원(1위)의 바로 뒤에서 지명되었고, 그의 뒤에는 마이클 조던(3위), 찰스 바클리(5위), 존 스탁튼(16)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스타들이 줄줄이 지명되었다.

2위로 지명될 정도라면 샘 부위 역시 당시에는 특급스타로서의 잠재력을 지녔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는 고질적인 정강이뼈 부상으로 인해 동기생들이 대스타로 발돋움할 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결국은 95년에 쓸쓸히 은퇴하고 말았다.

부위 외에도 89년 1순 1위인 센터 퍼비스 엘리슨이나 제2의 올라주원을 기대하고 지명한 98년의 1순1위 마이클 올로워칸디 같은 선수들의 현재 모습도 지명순위에 걸맞지 않은 모습임은 굳이 성적표를 제시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루키들에 대한 팬들의 선입견은 또 있다. 바로 기다릴줄 모르는 것이다. 어쩌면 성질급하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팬들만 가진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들은 그 선수의 잠재능력을 고려하지 않은채 루키시즌만을 보고 그 선수에 대한 섣부른 평가를 내리곤 한다.

루키들에게 첫해부터 스타급 성적을 내길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든다면, 파워포워드나 센터의 경우 20득점-10리바운드(이하 20-10)를 기록으로 평가하는 스타플레이어의 기준정도로 생각하는데, 루키들의 경우 첫해부터 이런 성적을 내기는 쉽지않다.

현재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성장한 크리스 웨버도 첫해 신인상을 받으면서 낸 성적은 고작(?) 17.5득점 9.1리바운드였고, 20-10을 거의 매일 해낸다고 하여 ‘우편배달부’란 별명이 붙은 칼 말론 역시 첫해 성적은 14.9득점 8.9리바운드에 불과했다.

유망주들이 스타로서 발돋움하는 것에는 단계가 있다. 우선 루키시즌에 NBA라는 새로운 농구판에 적응을 해야하고, 팀내 경쟁자들을 제치며 주전자리를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정도는 되야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한껏 표출하여 스타로서의 능력을 보일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는 차이가 있다. 조던, 피펜 같은 스타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팀 재정비과정에서 지명된 엘튼 브랜드 같은 선수는 대학때부터 이미 성숙한 플레이를 한다는 평가를 받은 데다가 사정상 팀내 에이스 자리를 쉽게 확보할 수 있었기에 루키시즌부터 20-10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케빈 가넷 같은 경우는 어떤가? 최고의 유망주로 불리던 그는 첫해 팀내에 크리스천 레이트너 같은 유능한 포워드가 있었기에 주전자리를 확보하는데에도 우선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가넷이 20-10을 최초로 달성한 것은 바로 자신의 4번째 시즌인 99년 반쪽짜리 시즌에서 였다.

가넷의 예에서 보듯이 고졸선수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들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이로보나 경력으로 보나 아직 NBA에선 햇병아리일 뿐이기 때문이다. 가넷외에도 현재 최고의 스타가 된 코비 브라이언트도 에디 존스가 샬럿으로 트레이드 되면서 비로소 확실한 자리를 잡을수 있었고, 트레이시 맥그래디의 경우는 99-00 후반부에 가서야 처음으로 주전자리를 확보했고, 이번시즌에 비로소 팀을 옮겨서 특급스타로서 대접받게 되었다.

속담중에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 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에서 보듯 루키들은 아직 떡잎에 불과할 뿐이다. 그들이 거목이 될 것인지, 뿌리도 제대로 내리지 못한채 사라져 버릴줄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상위픽에 지명된 것은 그만큼 스타로서의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할뿐, 그 이상의 평가, 즉 속단은 금물이다.

또한, 루키시즌에 잘했다고 스타가 된 것은 아니다. 잘나갈때 불의의 부상으로 인해 재기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루키시즌의 성적이 거품일 수도 있다. 반대로 첫해에 눈에 띄는 활약을 못했다고 해서 쉽사리 악평을 내리는 것도 안된다. 그들은 NBA에 발을 들인지 얼마안된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우린 그저 NBA의 역사를 새로 써 나갈 이 젊은이들을 지켜보면서 때로는 격려를, 때로는 질타를 통하여 꾸준한 관심을 쏟아주면 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