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총회] 토론토등 4개 도시의 패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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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이 13일 모스크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싱겁게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자 나머지 4개 도시들은 "다소 의외의 결과"라며 당혹해했다.

비밀 투표를 앞두고 IOC 총회장 안팎에서는 "적어도 3차 투표까지는 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베이징은 2차 투표만에 강력한 경쟁상대로 꼽혔던 캐나다 토론토마저 56-22로 가볍게 누르고 개최권을 따냈다.

우선 토론토가 베이징에 맥없이 참패한 것은 멜 래스트먼 시장의 흑인 비하발언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래스트먼 시장은 최근 캐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의 올림픽 회의 유치 움직임과 관련, "식인종들이 끓는 솥에 나를 처넣고 춤을 출 것"이라는 저질 발언을 했다가 아프리카측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래스트먼 시장은 파문이 확산되자 사과 성명까지 냈으나 아프리카 IOC 위원들은 모스크바 총회에 앞서 이 문제를 다시 거론했고 결국 그는 토론토유치위원회 공식일정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망신을 당했다.

토론토 못지 않은 쾌적한 환경에 올림픽 개최 경험도 지닌 파리의 경우 유럽 독주에 대한 경계심리가 패인으로 작용했다.

그리스 아테네가 2004년 하계올림픽, 이탈리아 토리노가 2006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터에 파리가 2008년 올림픽 개최권까지 획득, 유럽에서 3회 연속 올림픽이 열리게 되면 아시아 등 타대륙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이밖에 터키 이스탄불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정학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가재정 및 스포츠인프라 부족 때문에 점수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 오사카의 경우 같은 아시아 도시인 베이징과 경합했고 중앙정부의 엉성한 지원체제로 지난 5월 발표된 IOC 실사에서 가장 낮은 평점을 받아 일찌감치 1차투표 탈락이 예상됐었다.(모스크바=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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