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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기업형 룸살롱 깨끗하게 손 좀 봐줄 대통령 후보는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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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후보들의 막바지 경쟁이 치열하다. 공약들도 비슷비슷해 선별도 힘들다. ‘난 훌륭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하고 좋은 것들만 모아놨지 개성도 색깔도 없다. 예전에, 좋은 사진을 고르려면 나쁜 사진을 골라 내버리는 작업을 먼저 했었는데, 대통령 뽑는 일도 그 방법이 훨씬 수월할 것 같다. 그렇고 그런 공약 말고, 고질적인 ‘대한민국의 룸살롱 문화(?)’ 손 좀 봐줄 후보님 어디 없을까.

 한 달 전, 2년 동안 4300여 회에 걸쳐 남성 고객과 여성 종업원의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김모 업주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 논현동 YTT 룸살롱이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호텔 객실 전용엘리베이터까지 설치하고 61억원의 수익까지 챙겼다고 한다. 여러 정황을 감안하면 매일 200회가량, 전체 영업기간 내내 모두 8만8000번 이상의 성매매 알선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음주에서 성매매까지 한 곳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든 기업형 룸살롱의 크기는 지하 1, 2, 3층을 합쳐 상암월드컵 경기장의 절반 크기는 될 거고, 여종업원 숫자도 3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조만간 금품상납을 받은 전·현직 경찰관들에 대한 무더기 사법처리도 있을 거라 하는데.

 ‘사업상 접대’로 포장되어 은밀히 행해지고 있는 고급 성매매 현장인 룸살롱. 오랜 외국생활을 해봤지만 우리나라처럼 24시간 손쉽게, 정말로 감쪽같이, 원터치로 성매매할 수 있는 곳을 세계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어디에도 없는 그런 룸살롱이 대한민국 발전에 일등공신이라도 되는 건가.

 그 룸살롱에 61억원이라는 수익을 안겨줬다는 손님들 중 미혼은 과연 몇 %나 될까.

 상식적으로 볼 때 유부남이 대부분일 터인데 남편들이 술집에서 젊은 여자와 있는 동안 그 부인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을까. 사업하느라 힘든 남편을 위한다고 꼬리곰탕을 끓이며 기다리고 있었을까. 아니면 행여, 여자용 단란주점인지 여자용 룸살롱인지를 찾아 헤매고 다닌 것은 아니었을까.

 잘 아는 교수 중에 일 년을 서울에서 교환교수로 지냈던 사람이 있다. 그 교수는 서울의 술자리가 너무 좋다며 기간을 연장하고 싶어 했지만, 부인과의 오랜 말다툼 끝에 결국은 미국으로 되돌아갔다. 부인이 떠나며 했던 말.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는 한국 룸살롱 문화에 남편이 물들까 봐’였다.

‘단란한 게 뭐죠’ 했던 순수함의 대명사 격인 안철수 후보까지도 단란주점에 간 적이 있다고 한다. 모든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이 성매매를 끼워 파는 것도 아닐 터이고 여종업원과 단란하게 술만 마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술집에서 이어지는 ‘손쉬운 성매매’의 연결고리만은 확실하게 끊어놨음 좋겠다. 과연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제대로 뜯어고칠 수 있으려나.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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