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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소아비만은 인슐린저항성을 불러 일으킨다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우리 나라 성인병은 생활습관의 파괴와 더불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성인병의 발생메커니즘을 규명할 때 우리는 성인병의 원인을 인슐린 저항성으로 통칭한다. 인슐린은 우리 몸이 에너지원이 포도당을 받아들이도록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이다. 그런데 이 인슐린 수용체의 능력이 떨어져 그 신호를 세포들이 잘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리 몸은 혈당은 높지만 정작 쓸 에너지가 부족한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신체증상을 겪는다.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슐린저항성이 높을 경우, 뇌는 세포의 혈당 부족 사태를 인지해 췌장에서 지나치게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대신, 세포들은 혈관에 든 포도당을 잘 흡수하지 못해 에너지난에 빠지는, 내 몸의 불협화음을 만든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췌장은 점점 능력을 상실하고, 결국 인슐린을 분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전까지만 해도 태어날 때부터 인슐린이 부족한 1형 당뇨가 대부분을 차지하던 소아당뇨병 부문에서 최근 성인이 돼서나 인슐린 불량이나 인슐린소진으로 생기는 2형 당뇨가 1/3-1/2 정도까지 차지하게 되었다는 통계 조사가 나오고 있다. 이는 모두 어린이 비만이나 열량 과잉 섭취에 의해 새로이 생긴 신종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병원을 방문하는 아동 중 협조가 잘되는 아동들에게는 혈액검사를 시행하는데 대부분의 소아비만 아동들이 고인슐린혈증을 보인다. 문제는 고인슐린혈증이 지속되면 우리 몸의 인슐린이 결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오작동하는 핸디캡 인슐린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성인들의 질병인 줄만 알았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이 어린이들에게서도 나타날 뿐만 아니라, 그 수도 증가 일로에 있다는 것은 이제 자명한 사실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강한 아이일수록 더 많이 먹지만 기운은 더 달리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렇게 혈당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 뇌를 자극해 더 난폭하고 신경질적인 성격을 부추기게 된다. 따라서 점점 비만해지지만 심리적, 육체적으로는 음식을 조절해 살을 빼기가 너무나 힘든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성장과제가 최우선인 아동들에게 인슐린저항성으로 인한 소아성인병이 나타나면 질병으로 인한 고통은 물론 성장까지도 침해 받게 되는 것이다. 혈액순환의 장애와 만성소모성 질환은 마치 암세포처럼 아이의 키 성장은 물론 뇌발달, 근육형성, 뼈강화 등 모든 성장과제를 현저하게 방해한다. 더불어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인해 소아비만아동의 인슐린저항성은 평생 질병 짊어지기를 어릴 때부터 본인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부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나쁘고 치명적인 유산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인슐린저항성의 바로미터중의 하나인 인슐린 혈중농도 변화를 보면 소아청소년들의 인슐린저항성은 매우 탄력적이고 가역적이라는 것이다. 소아비만 개선 프로그램인 수퍼키즈에서 주치의를 했을 때 한 아동의 경우, 혈중 인슐린 수치가 200이 넘었는데 체중감량 후 정상수치인 5이하까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다른 아동에서 현저한 개선경향을 보였다.

자, 아이에게 인슐린저항성이라는 눈덩이처럼 굴러 커지는 치명적 유산을 물려줄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통제하는 법을 깨우쳐 균형잡힌 건강을 줄 것인가는 엄마의 관심에 달려있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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