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프로야구 PO 1차전] 담당기자의 편파 관전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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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보았는가 박진만 수비, 이것이 SK의 힘

하남직 기자

6회 초 1사 1·3루, SK 유격수 박진만의 수비를 보았는가. 유격수-3루수 사이로 타구를 날린 박준서도, 타구의 궤적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던 1루 주자 홍성흔도 ‘안타’임을 확신했다. 그러나 SK 수비 움직임은 달랐다. 박진만은 끝까지 공을 따라갔고, 1루수 모창민은 베이스 쪽으로 움직였다. 더블 플레이를 의식한 이동이다. 박진만은 안타성 타구를 노바운드로 건져냈다. 롯데는 허탈할 수밖에. 홍성흔이 귀루하지 못해 더블아웃 됐다. 롯데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수비, SK에선 좀처럼 나오지 않는 롯데의 주루 실수가 동시에 나왔다.

 이게 바로 ‘수비 SK’의 힘이다. SK의 야구 철학 중 하나. “오늘 공과 글러브의 간격을 1㎝ 줄이면, 내일 2㎝에 도전할 수 있다. 그렇게 10㎝를 줄이면 승리한다.” 박진만의 글러브가 10㎝ 모자랐다면. 사실 이런 가정도 할 필요가 없다. 10㎝를 줄일 수 있는 야구를 하는 팀은 SK뿐이다. “홈런이 아니라면 못 잡을 공은 없다”는 자신감이 SK 야수진에 퍼져 있다.

 김광현은 또 어떤가. “김광현은 SK의 에이스다”라는 가설을, 가장 중요한 순간 ‘현실’로 정의해 버렸다. 시속 151㎞의 강속구를 던져 삼진을 잡아낸 뒤 마운드를 빙그르르 도는 그 모습. 역동적인 투구 뒤 씩 웃어보이는 시크함. 롯데여, 자책하지 말라. 대한민국 최고 좌완을 다투는 김광현의 공을 쳐내지 못한 것은 그대들의 잘못이 아니다.

나는 SK편이다(하남직 기자)

깜짝 용병술 빛난 롯데, 운이 없었을 뿐

유병민 기자

후회 없는 한판이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SK의 절대 우세를 점쳤지만 롯데는 백중세의 전력으로 맞서 싸웠다. 롯데에는 단지 ‘운’이 없었다.

 롯데는 2회 이호준에게 솔로 홈런을 내주며 선취 실점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6회 김광현의 구위가 떨어지자 안타 2개와 볼넷을 뽑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어진 1사 1·3루 기회에서 대타 박준서의 타구가 SK 유격수 박진만의 글러브에 걸리며 ‘운’이 따르지 않았다. 안타로 이어졌다면 분위기는 롯데로 충분히 넘어올 수 있었다.

 양승호 감독의 과감한 용병술에 SK는 놀랐을 것이다. 양 감독은 0-1로 뒤진 6회 1사 후 조성환 대신 정훈을 대타로 기용했다. 정훈은 김광현의 공을 끝까지 골라내 볼넷으로 출루했고, 손아섭의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박종윤의 교체도 적절했다. 박종윤은 1사 1·3루 기회에서 벤치의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마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작전 미스를 범할 때의 데자뷰 같았다. 그러자 양 감독은 이례적으로 볼카운트 1-1에서 대타 박준서를 투입했다. 이것이 롯데의 달라진 점이다.

 비록 패했지만 1차전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은 경기였다. 타자들은 ‘김광현을 다음에 만나도 두들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유먼은 적은 투구수를 기록하고 내려가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2차전에서는 송승준이 롯데의 승리를 이끌 것이다. 승부는 이제부터다.

나는 롯데편이다(유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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