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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CEO 10명이 꼽은 증시 화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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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라크.북핵 문제, 정보기술(IT) 경기의 부활, 그리고 신정부의 개혁 정책…'.

주요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이런 화두(話頭)들이 입에 오르내리며 주식 투자자들을 웃고 울릴 것으로 내다봤다. 본지 증권팀이 최근 10명의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그래픽 참조>

지난해엔 주가를 좌지우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과 반도체값 등이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1999년엔 '닷컴 광풍'이 유행어처럼 증시를 떠돌았고, 2000년엔 '대우 사태'가, 그리고 2001년엔 '9.11 테러'가 투자자들의 입에 단골로 오르내렸다.

이번 조사에선 특히 주식시장을 풍미할 화두로 이라크.북핵 문제를 꼽은 이들이 7명이나 돼 눈길을 끌었다. CEO들은 지난해 연말 투자심리를 크게 꺾어놓으면서 주가를 끌어내린 두 변수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올 증시의 성적표가 달라질 것으로 봤다.

동원증권 김용규 사장은 "북핵 문제가 더 나빠지면 국가 신용등급의 상향조정이 늦춰지고, 국내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들도 주식 사기를 꺼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일괄 타결될 경우엔 경제협력의 활성화로 이와 관련된 테마주가 뜰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메리츠증권 황건호 사장은 "이라크 문제는 호.악재를 함께 포함하고 있다"며 "전쟁이 터지면 불확실성이 없어지면서 오히려 주가 상승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기업실적과 증시의 앞길을 판가름할 'IT 경기 회복'(4명)을 꼽은 CEO들도 많았다. 비록 하반기로 예상되지만 IT 경기가 실제로 살아날 경우 가뭄에 단비 내리듯 증시엔 큰 모멘텀(상승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증권 황영기 사장은 "IT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IT경기의 회복은 올 증시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일단 PC의 교체수요와 컬러 휴대전화의 보급 확산, 중국 IT산업의 고성장 등에 따른 경기 회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굿모닝신한증권의 도기권 사장은 "IT종목의 주가는 업황의 회복이 예상되는 하반기 전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할 것"이라며 "최근 3년간 주가가 워낙 많이 빠졌기 때문에 일단 이들 종목이 상승궤도에 오르면 투자자들의 반응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CEO들은 다음달 출범할 신정부가 어떤 개혁정책을 내놓을지도 끊임없이 주목받을 것으로 봤다.

대우증권의 박종수 사장은 "금융주와 관련해 구조조정의 진행과정이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며, 개혁정책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중요한 투자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증권의 정태석 사장은 "집단소송제 등 기업의 투명성을 높일 정책에도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기업들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음에도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했던 것과 관련해 현대증권의 조규욱 사장은 "신정부의 정치개혁과 경제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에 따라 기업의 가치가 한단계 상승하면서 증시의 재평가 여부로 시선이 쏠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투자신탁증권의 홍성일 사장은 "기관투자가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연금 등의 주식투자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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