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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유통업계 올 기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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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흐린 후 점차 갬' 2003년 유통업계의 기상도다.

유통업계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올 상반기 매출이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카드 연체,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구매력 둔화▶주식시장의 회복 지체▶주택 매매가격 상승세 둔화▶북한의 핵 문제로 인한 불안감 고조 등 각종 악재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소비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두운 경기전망으로 유통업계에 보수적 투자가 주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점포 개점 등 예정된 투자는 지속되더라도 신규사업 진출 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유통업계의 성장 흐름은 이처럼 '상반기 주춤, 하반기 회복'추세로 움직이더라도 내부적으로 유통업계의 지도는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의 축이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할인점에서 인터넷쇼핑몰과 TV홈쇼핑 등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화장품과 식품업계가 방문판매 등 무점포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유통시장은 큰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로 국내에 도입된 지 10주년을 맞는 할인점은 규모면에서 백화점을 누르고 유통업태 최강자의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고가품 아니면 아예 싼 제품

경기전망이 밝지 않음에 따라 올해는 소비가 고가품 아니면 아예 저가품으로 몰리는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우선 중간계층의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품질.맛.느낌을 추구하는 '상향구매'현상이 확산되고 주5일 근무제 확대로 여가생활 욕구가 커져 교양.문화활동의 보편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의 노은정 과장은 "과거 의생활에 한정되던 고급화 모방소비 경향이 주.식 생활뿐만 아니라 여가까지 확산돼 일상생활과 산업전반의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젊은층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고급품 소비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과시욕에 의한 충동구매가 주류를 이루었다면 올해부터는 '미이즘(meism.자기중심적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자기만족형 구매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제품의 기능을 강조하기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는 '감성 마케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와 달리 불안정한 경기의 영향으로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찾는 '알뜰족'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가 위축되면 으레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몰리는 소비경향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급품이나 각종 제품을 인터넷 쇼핑몰이나 TV홈쇼핑.할인점 등 새로운 유통경로를 통해 비교 구매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새로운 유통경로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할인점 유통업계 1위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통업계의 선두주자는 백화점이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는 지난해 백화점의 매출을 할인점의 매출과 같은 17조8천억원으로 추산했다. 롯데쇼핑 유통연구소는 지난해 백화점의 매출을 19조원으로,할인점은 18조원으로 추산했다.

지난해에는 백화점과 할인점의 규모가 엇비슷했지만 올해부터는 할인점이 백화점을 제치고 독주체제를 강화할 전망이다. 롯데쇼핑 유통연구소는 올해 할인점 시장규모를 백화점(20조원)보다 3조원이 많은 23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도 올해 할인점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20조2천억원에 달해 백화점(19조4천억원)을 누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할인점이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신규 점포수가 매년 4~5개 정도에 불과한 백화점과 달리 할인점은 30~40여개에 달할 정도로 업계가 확장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8개 점포를 신규 출점한 할인점업계는 올해에도 45개 가량을 새로 열 계획이다. 반면 백화점의 신규 점포수는 지난해 4개, 올해 5개(애경 수원점, 롯데 대구점, 현대 부천점, 롯데 명동점,롯데 전주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할인점업계는 경기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할인점 업태 특성 때문에 소비 위축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백화점과 할인점 간의 유통업계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색깔경쟁'이 치열해 질 전망이다. 할인점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워 마케팅에 나서고, 백화점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 판매에 주력하기보다 명품 등 고급품 위주의 판촉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업태의 약진

지난해까지 적자를 보였던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는 올해 1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 회사는 올해 판매액이 지난해보다 61% 늘어난 3천3백16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이용자 수뿐만 아니라 인터넷 쇼핑에 익숙해지는 소비자의 증가로 재구매 빈도나 구매 규모 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인터넷쇼핑몰.TV홈쇼핑.방문판매 등 신업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의 시장규모는 5조1천억원으로 전년보다 99% 가량 성장한 데 이어 올해엔 41% 증가한 7조2천억원대로 예상된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2001년 삼성몰에 이어 지난해 LG이숍이 흑자를 보였으며 올해부터는 인터넷 구매 형태 정착과 이용자 증가로 흑자를 내는 업체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인터넷 쇼핑몰업계는 오프라인 소비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오히려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 인터넷 쇼핑몰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백53%의 성장을 하면서 4조8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TV홈쇼핑업계는 올해엔 5조6천억원으로 31% 성장하는데 그쳐 성장세가 주춤할 전망이다.

올해는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사업자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9백만 가구였던 케이블TV 가입자수가 1천만가구에 달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인터넷쇼핑몰인 SK디투디 관계자는 "TV홈쇼핑 시장의 성장 둔화로 대체시장으로서의 인터넷 쇼핑몰의 시장 활성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TV홈쇼핑업체들은 인터넷 쇼핑몰의 병행운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 하고 있다.

LG홈쇼핑은 LG이숍을 운영하고 있고 CJ홈쇼핑은 지난해 CJ몰을 출범시켰으며 현대홈쇼핑도 기존의 인터넷 쇼핑몰 e-현대를 지난해 말 H-몰로 확대 개편했다. 올해는 TV홈쇼핑 계열의 3개 쇼핑몰과 인터파크.롯데닷컴.삼성몰 등 기존 인터넷 쇼핑몰과의 선두그룹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경청호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장은 "백화점 뿐만 아니라 TV홈쇼핑.인터넷쇼핑몰 등 차세대 유통시장을 이끌 분야에 주력할 계획"이라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유통채널이라는 그룹의 강점을 더욱 살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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