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10대산업 키우자] 18. 콘텐츠 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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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젊은 산업이다. 그런 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고, 발전의 방향도 가늠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국내 콘텐츠는 산업화의 틀을 잡아가는 단계라고 평가한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일본.동남아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국내 콘텐츠 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알아본다.

영화 '친구' 는 최근 일본에 2백10만달러에 팔렸다. 1999년에는 '쉬리' 가, 지난해에는 '공동경비구역 JSA' 가 비슷한 금액에 일본으로 수출됐다.

영화뿐만 아니다. 방송 드라마도 지난 4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프로그램 견본시장에서 지상파 방송 3사가 1백50만달러어치(28편)를 팔았다.

영화.게임.음악.방송.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산업이 우리를 먹여살릴 수출산업으로 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 콘텐츠 산업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런 성적은 의외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J엔터테인먼트 최평호 상무는 "영화 등 국내 콘텐츠 산업은 4~5년 전부터 대기업.벤처기업들이 뛰어들어 이제 산업의 틀을 갖춰가는 단계" 라고 평가했다.

◇ 돈과 사람이 몰린다=영화.게임산업에 우수 인력이 몰리는 것은 해당 업계 사람들조차 놀랄 정도다. 영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달에 20만~30만원 받는 일을 하는 명문대학 졸업자들이 많다" 고 말했다.

콘텐츠로 몰리는 돈은 워낙 많아 업계 일각에서 "거품이 일고 있다" 고 평가할 정도다. 올 들어 영화에 투자하겠다며 몰린 돈은 1천5백억원(14개 펀드)으로 이미 지난해 국산 영화 관람수입(1천5백억원)을 넘었다.

게임도 KTB네트워크.한솔창업투자.우리기술투자 등 창투사들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투자를 했거나 투자대기 중이다. 대기업인 삼성전자도 '미디어 콘텐츠센터' 를 만들어 게임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콘텐츠로 돈과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박' 의 꿈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2000년 문화산업 통계)에 따르면 영화.애니메이션.방송.게임.음반 등 콘텐츠 산업의 매출액 대비 부가가치율은 26.4~60.3%다.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이 3.3%(한은 2000년 1분기 기업경영 분석)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 기획력.마케팅 능력은 턱없이 부족=삼성경제연구소는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요소를 ▶기획력▶생산력▶마케팅 능력으로 구분했다.

연구소 심상민 수석연구원은 "국내 콘텐츠 산업의 생산력은 그런 대로 괜찮은 편이지만 문제는 기획력과 마케팅 능력" 이라고 말했다.

방송.영화.게임.애니메이션.음악 등 5대 콘텐츠 산업 가운데 시장 규모가 두번째인 영화업계의 가장 큰 애로사항도 기획력 부족이다.

기획력의 핵심 역할을 맡는 시나리오 작가의 편당 보수는 1천만~1천5백만원 수준. 보수가 워낙 적다 보니 미국 등 선진국처럼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별로 없고 감독이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작가의 숫자도 수십명에 불과해 좋은 소재의 탄탄한 시나리오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고 털어놨다.

콘텐츠 산업 종사자의 경험도 부족하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콘텐츠 산업에서 일하는 인력의 51.1%가 3년 미만의 경력자다.

추계예술대학 김휴종 문화사업대학원장은 "종사 인력의 경험이 부족해 각 분야에서 좋은 기획을 만들어내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고 말했다.

마케팅 능력도 떨어진다. 영화의 경우 외국의 극장업자 등과 네트워크가 형성된 마케팅 전문인력이 20여명도 채 안되는 상황이며, 전문 마케팅 인력을 키울 교육기관도 전혀 없는 상태다.

◇ 온라인.디지털화 미흡=디지털화는 기존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2~3배 올리는 일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용(one source multi-use)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5대 콘텐츠 산업의 경우 전체 매출액(2000년 기준으로 5조원) 가운데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매출은 4천1백억원으로 10%에 못미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공급업체의 평균 매출액도 3억원 가량에 그쳐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iMBC 김선진 미디어본부장은 "이미 나와 있는 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고 말했다.

이용택 기자 lytak@joongang.co.kr>
도움〓심상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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