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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서울시의 단속, 코스트코의 배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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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윤창희
사회1부 기자

10일 오전 10시 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의 서울 3개 매장(양재·양평·상봉)에 서울시 단속요원들이 들이닥쳤다. 의무휴일제를 어기고 있는 이 마트에 대해 서울시가 전방위 점검을 하겠다고 경고한 지 이틀 만이다. 공무원 13명은 소방·건축·식품 분야 등에 3시간 동안 ‘현미경’을 들이댔다. 몇 시간 뒤 서울시는 코스트코의 위법사항이 41건 있다고 발표했다. 이례적인 긴급 브리핑이었지만 적발 내용을 뜯어보니 대부분 사안이 경미했다. ▶휴대용 비상등을 켜지 않고 ▶신고하지 않은 간판을 달고 ▶주정차 금지구역에 주차했다는 등 의무휴일제와는 관계가 없는 내용들이다. 서울시는 의무휴업일 규정을 또 어기면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시의 압박은 코스트코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미 두 차례(9월 9, 23일)나 휴일 영업을 강행한 코스트코는 ‘영업 형평성’을 주장한다. 의무휴업제에 불복해 소송을 낸 다른 대형마트들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돼 휴일 영업을 하고 있다. 반면 소송도 내지 않고 정책에 순응했던 코스트코만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코스트코 입장에선 억울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법은 지켜야 한다. 유통산업발전법과 이에 따라 만든 자치단체들의 조례가 원천 무효가 아니라면 코스트코는 당연히 의무휴일제를 지켜야 한다. 더구나 개별 판결 효력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제3자에게는 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서울시 대응은 정당할까. 서울시는 이번 점검이 법이 부실해 한 것이라고 말한다. 법에 규정된 의무휴일제 위반 과태료는 1차 1000만원, 2차 2000만원, 3차 3000만원이다. 네 번째 위반부터는 제재 수단이 없다. 그래서 서둘러 경고카드를 꺼냈다는 얘기다. 양재점 하루 매출이 13억원에 달하는 코스트코로서는 ‘그 정도 과태료는 내면 그만’이라는 배짱을 부린 듯하다.

 일부에서는 서울시 대응이 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무휴일제를 위반했다고 소방과 건축 단속으로 압박하는 것은 행정권 남용 소지가 있다는 게 법학자들의 견해다.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별건(別件) 구속’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예컨대 마약사범에 대한 수사가 어려울 때 증거가 수집된 폭력사범으로 구속해 압박하는 식이라는 설명이다. 의무휴일제를 지키게 하겠다는 의도가 옳다면 그 수단도 정당해야 올바른 행정이다.

 코스트코의 배짱영업과 이에 맞선 서울시의 표적단속 논란은 규정은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규제부터 한 것이 단초가 됐다. 의무휴일제를 지키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물리는 규정도 없는데 재래시장 보호라는 행정당국의 명분이 앞선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 구청들이 되새겨 볼 문제다. 코스트코의 태도와 서울시의 행정이 씁쓸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