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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인적 쇄신론에 김무성 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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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새누리당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이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이 확정되면 자신이 퇴진하겠다고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압박했다. 경제민주화 정책의 방향을 놓고 이한구 원내대표와 갈등을 벌여온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닷새째 당무를 거부했고, 김성태·김용태 의원 등 당내 재선 그룹은 이 원내대표뿐 아니라 황우여 대표, 서병수 사무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대통령 선거를 72일 앞둔 새누리당의 혼돈상이다.

 그러자 박 후보는 이날 밤 황 대표 및 선거대책위원회 의장단(이 원내대표, 김무성·임태희·김태호·안상수)과 심야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박 후보에게 “이대로는 안 된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기적을 기대해야 한다”며 전면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박 후보와 선대위 의장단은 회의 끝에 앞으로 김무성 전 의원이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총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당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당내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한 일종의 수습책인 셈이다.

 황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당직을 사퇴하지는 않되 선대위에서 배제, 실질적으로 2선 후퇴 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서병수 총장(선대본부장)은 사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박 후보는 대전 카이스트 방문 후인 오후 2시30분쯤 기자들과 만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권력과 자리 싸움이 있는 것이 정치권의 특징”이라며 “지금 모든 것을 다 뒤엎어 새로 시작하자는 건 선거를 포기하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막바지에 모든 것을 교체하자며 흔들어선 안 된다”고도 했었다. 박 후보는 안 위원장의 요구에 대해선 기자들에게 “회견 내용을 제가 잘 보고, 안 위원장과 대화를 해보겠다”고만 했다. 한 측근은 “박 후보가 회견 소식을 접하고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박 후보는 9일 안 위원장과 만날 예정이다.

 안 위원장은 박 후보가 대전을 방문하고 있던 오후 2시 전격적으로 회견을 열어 “새로 영입된 인사(한광옥 전 민주당 고문)들이 중요 직책을 맡아 임명된다면 저와 쇄신위원들 상당수가 사퇴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자신뿐 아니라 특위 내 검찰 출신인 남기춘·이상민 위원 등도 동반 사퇴해 특위 자체가 공중분해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이어 “후보의 의견이 쇄신의 본질을 흐리는 원칙의 문제이거나 결정적 감표 요인일 때는 직을 걸고 충언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한 전 고문의 백의종군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 전 고문은 본지와 통화에서 “국민대통합을 위해 새누리당에 들어온 것”이라며 “역할을 바꾸라는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후보가 심야 대책회의를 하는 동안 김세연·주광덕·이상돈·이준석 등 전직 당 비상대책위원들은 서울 강남의 다른 장소에 모여 논의한 뒤 이 원내대표와 박 후보 비서진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성태·김용태 의원 등 재선의원 5명도 이날 밤 모여 지도부 사퇴가 필요하다는 뜻을 이학재 후보비서실 부실장에게 전달했다.

신용호·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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