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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곡동 사저 수사, 대통령 일가가…" 검사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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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지난해 10월~지난 6월) 때 청와대 부지 매입 담당자에게 일부 배임 소지가 있다는 쪽으로 검찰 수뇌부가 판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교일(50·사법연수원 15기) 서울중앙지검장은 8일 출입 기자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지난해 5월 당시 사저 부지 매입 작업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부지 매입을 담당했던 김태환(청와대 경호처 소속 전문계약직)씨가 맡았다”며 “(그가 한 일은) 형식적으로 보면 배임으로 볼 여지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배임죄를 묻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를) 기소할 경우 배임에 따른 이익 귀속자가 대통령 일가가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 지검장이 언급한 배임의 여지는 청와대 경호처가 내곡동 사저 부지와 경호동 부지를 통째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의 지분이 있는 사저 부지에 대한 구입 가격을 나머지 부지보다 싸게 매겨 시형씨에게 이득을 줬다는 것과 관련돼 있다.

 이에 기자들이 ‘그러면 대통령 일가를 배임의 귀속자로 규정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기소를 안 한 걸로 보면 되느냐’고 묻자 최 지검장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월 이 사건 수사결과 발표 당시 이 대통령과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 관련 인사 7명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날 발언이 출범을 앞둔 이광범 특검의 향후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발언의 진위를 놓고 파문이 커지자 최 지검장은 두 시간여 뒤 직접 기자실을 찾아와 “(문제의 발언은) 실무 책임자에 대해 배임죄 적용을 할 수 없다는 걸 전제로 한 이야기지 배임죄 적용이 가능한데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경호처는 지난해 5월 내곡동 9개 필지 2600m²(788평)를 54억원에 사들이면서 이 중 3개 필지 848m²(257평)를 시형씨와 공동 지분으로 했다. 그런데 시형씨는 이 사저 터를 공시지가(당시 12억8697만원)보다 10%가량 싼 11억2000만원에 매입한 반면, 경호처는 공시지가(당시 10억9385만원)보다 최대 4배(42억8000만원)를 주고 매입했다. 결과적으로 시형씨가 내야 할 땅값이 낮아져 6억~8억여원의 이득을 보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씨가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지가 상승 요인 등을 복합적으로 판단해 매매 가격을 결정한 것이 원인이었다.

최 지검장은 “당시 필지별로 정확하게 어느 정도 값이 나가는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호처와 시형씨 측이 각각 부담할 돈을 정했다”며 “이런 부분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 배임죄를 적용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애초에 지분이 아닌 필지로 나눴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이걸 지분으로 나눠 복잡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일가가 부담스러웠다는 언급은 실무를 총괄한 김씨도 기소 못하는데 당시 경호처장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대통령 가족 등을 어떻게 기소할 수 있겠느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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