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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는 일본말, 채소가 맞죠 … 공대 교수가 왜 나서냐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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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나는 한글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글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대중의 언어생활을 이끌어 나가는 방송에서까지 한글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등 상황이 심각해 감히 나섰을 뿐입니다.”

 한글날 566돌에 맞춰, 2010년 발간했던 책을 보완해 『한글 다 망치는 자들 세종대왕님이 진노하신다』(도서출판 숨소리, 264쪽)를 다시 낸 윤천한(55·사진) 조선대 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의 말이다. 윤 교수는 “내 책 속 글 가운데도 잘못된 부분이나 지적할 내용이 있을 수 있겠으나,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간곡한 부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의 책은 ‘가장 과학적인 우리 한글’ ‘날마다 사고치는 방송인들’ ‘콩글리시가 아니라 쟁글리시다’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라’ 등 4부로 이뤄졌다. TV·라디오 방송이나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 중 잘못된 표현이나 외래어 남용 등을 실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해 지루하지 않다. 또 일본어투 용어의 순화 자료집을 부록으로 붙였다.

 기계공학이 전공인 그가 우리말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85~2000년 일본계 회사인 두원정공의 부설 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다.

 “일본어를 공부하다 보니 전문 분야들뿐만 아니라 생활 속 언어 가운데에 일본말이 매우 많이 박혀 있는 걸 알고 놀랐습니다. 그때부터 방송을 보거나 듣다 일본말 남용이나 잘못된 표현 등을 적어 뒀다가 이를 바로잡는 글 등을 방송사에 보냈습니다.”

 그는 각각 ‘채소’ ‘서식’ ‘발송’라는 좋은 우리말 놔두고 ‘야채’ ‘양식’ ‘송부’라는 일본식 어휘를 쓰는 것을 사례로 꼽았다. 방송에서 흔히 ‘…’을 ‘땡땡땡’이라고 읽는 것도 일본의 덴덴덴(てんてんてん)을 따라 한 것이라고 한다. 점점점(點點點)이라고 읽어야 옳다는 것이다.

 또 콩글리시(Konglish)라고들 하는데 실제로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발음하는 쟁글리시(Janglish)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파이팅’이라고 읽어야 할 fighting을 ‘화이팅’으로 읽고, plaza를 ‘플래저’가 아닌 ‘프라자’로 읽는 것을 사례로 들었다.

 “잘못된 게 하나씩 바로잡히는 걸 확인하면서 보람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때론 자기 전공 분야나 잘 챙기지 오지랖도 넓다는 소리도 듣곤 했습니다.”

 윤 교수는 “한류를 타고 한글과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반갑고 고무적인 일입니다. 우리 스스로도 우리말을 공부해 올바르게 사용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부적합한 표현 등을 마구 사용하게 놔뒀다가 국민의 생활 속에서 뿌리가 박혀 되돌리기 어려워진 지경에야 현실화한다는 이유로 표준어로 인정해 주는 것을 반복하는 국어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상북도공무원교육원 등으로 강의나 강연을 다니는 등 우리말 지키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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