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9집 '그늘' 여름 냄새 물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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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제 노래들이 좀 우울했죠. 저, 원래 성격은 굉장히 밝아요. "

파란색 반팔 티셔츠와 흰색 면바지 차림. 신나는 여름 노래들이 주로 들어있는 새 앨범 '그늘' 제작을 마친 윤종신은 경쾌했다.

그룹 015B의 객원 싱어로 데뷔한 1990년 이후 그는 이별과 상실감을 주제로 한,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한 노래를 많이 불렀다.

대표적인 노래가 92년 발표한 앨범 '소로우' 에 있던 '너의 결혼식' . '괜찮아 너는 잠시 잊어도 돼, 널 맡긴거야, 이 세상은 잠시 뿐인 걸' 등의 가사가 몹시도 애절했다.

사랑하는 이를 다른 사람에게 떠나보내는 심정을 이보다 더 가슴 아프게 노래할 수 있을까.

지난해 봄 내놓은 앨범 제목은 아예 '헤어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 였다. 오래 사귄 애인과 군대 복무 중 헤어진 자신의 심정을 담은 노래였다.

반면 이번주에 발매하는 9집 '그늘' 은 '어쿠스틱 섬머' 라는 부제처럼 밝게 꾸몄다.

이수영의 '스치듯 안녕' 등을 만든 MGR이 곡을 쓴 '바캉스 매니어' 한 곡을 제외하고는 전부 컴퓨터 연주가 아닌 실제 연주를 사용했다. 따뜻한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타이틀곡 '무드 송' 을 비롯해 '바다 이야기' '고속도로 로맨스' '시원한 걸' 등이 모두 여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노래다.

첫번째 트랙 '그늘' 에서 1분 넘게 계속되는 매미 소리는 등나무 아래 낡은 벤치에서 낮잠 자던 어린 시절의 여름날 오후를 그립게 한다.

모든 가사를 윤종신이 썼는데 팥빙수 만드는 법을 그대로 가사로 옮긴 '팥빙수' 는 유머가 넘친다.

윤종신 특유의 서정미를 그리워 하는 이들을 위한 노래도 물론 있다. 일본 연주자 야기 노부오의 하모니카 반주가 아름다운 곡 '보고 싶어서' 가 대표적이며, '수목원에서' '9월' 등도 듣는 이를 차분하게 한다.

차태현.유희열 등의 앨범에 참가하는 등 작곡가.프로듀서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가수 활동에 좀 더 신경 쓸 생각" 이라며 활짝 웃었다.

(http://www.shin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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