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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좋은책 100선 선정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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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앙일보 '좋은 책 100선' 의 가장 큰 특징은 '문사철(文史哲) 의 저조와 과학의 상대적 약진' 이다.

과학서적의 증가는 대학.일반부는 물론 중.고등부와 초등부에서도 두드러졌다.

또 과학서라 할 수도 있고 인문서라고도 할 수 있는 등 하나의 범주로 묶기 힘든 혼합형 책도 많았다. 참가하지 않은 출판사의 책들도 있기 때문에 우리 출판계의 일반적 흐름이라고 성급하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인문학의 부진을 일정 부분 반영하는 현상이다.

대학.일반부 심사에서 책세상 출판사의 문고판 시리즈 선정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치열한 현실인식과 순발력있는 기획이 돋보인다는 평가와, 주로 젊은 연구자들인 저자들이 대중적 작업에 앞서 좀더 이론적 연마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맞섰다.

하지만 대중의 이해를 돕는 수준높은 인문사상서가 적은 현실을 고려하고, 저자들과 출판사의 향후 작업을 격려한다는 의미에서 어느 한 책을 뽑기보다 전체 기획에 점수를 주기로 결정했다.

학술서와 대중서를 구분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가독성 높은 책과 국내 저자의 노작에 가중치를 두었기 때문에 막판까지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문학과 예술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우리 근대사의 명암을 다룬 황석영의 소설『손님』, 아르헨티나의 세계적 작가 마누엘 푸익의『거미여인의 키스』, 자연.사회.예술에 대한 고급 성찰록인『기싱의 고백』, 그리고 우리 조상이 남긴 멋의 원형을 탐색한『미술은 아름다운 생명체다』와『우리 문화의 모태를 찾아서』 등이 부담없이 접근하여 독서감상문을 써볼 만한 책들이다.

과학서로는 사회생물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해부한 『인간 본성에 대하여』, 생명의 암호인 유전자 정보와 그로 인한 윤리적 파장까지 다룬『게놈』등이 다소 어렵더라도 읽어볼 만하다.

과학과 인문의 영역을 넘나드는 책으론 질병치료의 역사와 한계를 살펴본 『의학의 과학적 한계』, 수학과 진리와 일상성의 접점을 탐색한『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 과학과 정치의 연관성을 통해 대중과의 의사소통 방안을 모색한『두 얼굴의 과학』 등 번역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세계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책으로는『렉서스와 올리브나무』『보보스』, 경제경영서로는『꿀벌과 게릴라』『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동양학 관련으론『선의 나침반』 『도교와 문학 그리고 상상력』등이 관심을 끌었다.

중.고등부의 경우 명확히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문학작품이 너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같은 상황을 다른 관점과 감성에 따라 풀어 나간 프랑스의 '커플 소설' 『내 남자친구 이야기』 『내 여자친구 이야기』 등이 그나마 눈에 띈 책이다.

철학 관련 서적 역시 적어 대학.일반부에 출품한 『철학의 모험』『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을 중.고등부로 뽑아와야만 했다.

4권 백제관까지 나온『한국생활사박물관』시리즈는 비주얼한 교양서의 한 획을 긋는 기획으로 찬사를 받았다.

초등부의 경우 전반적인 수준은 예년에 비해 높아졌지만 눈에 확 띄는 수작은 없었다. 『열두 띠 이야기』나『까막눈 삼디기』처럼 창작동화류의 삽화들은 글 이상의 호응을 얻을 만큼 질이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창작그림책은 올해도 역시 외국 작품이 주종을 이뤘다.

생태그림일기 형식의『어진이의 농장일기』가 참신한 기획과 주제의식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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