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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이 현실이 되는 곳, 파리 모터쇼 '짜릿'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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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이 현실이 되는 곳. 모터쇼 행사장은 그런 곳이다. 제각기 맵시를 뽐내는 각양각색의 신차를 요모조모 살피고 쓰다듬고 어루만지다가 결국 운전석에 몸을 파묻고야 만다. 그중에서도 군살 없는 날렵한 근육질 몸매에 착 가라앉은 자태, 부릅뜬 눈과 강력한 심장을 지닌 수퍼카를 대하는 감회는 남다르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없기에 더욱 과시하는 듯한 위용은 보는 이의 질주 본능을 자극하고 엄청난 가격은 시샘을 돋운다. 상상을 먼저 구현한 컨셉트카는 새로운 세상을 미리 보는 짜릿함을 준다.

9월 27일 프레스 데이를 시작으로 10월 14일까지 파리 남서쪽 포트 베르사유 박람회장에서 열리는 2012 파리 모터쇼에서도 근사한 수퍼카와 컨셉트카들이 곳곳에서 눈길을 붙들었다. 세계적인 불황 탓에 고효율을 앞세운 소형차들이 대세를 이룬 와중이어서 그들의 존재감이 더욱 크게 느껴졌는지도 몰랐다.

파리 모터쇼는 1898년 세계 두 번째로 시작된 자동차 박람회다(최초는 189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제네바 모터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디트로이트 모터쇼와 함께 세계 4대 모터쇼로 꼽힌다. 2년마다 열린다. ‘지금이 미래다’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에는 21개국 270개 자동차 브랜드가 50여 대의 컨셉트카와 250여 대의 신차를 선보였다. 한국에서는 현대, 기아, 한국GM, 쌍용자동차가 전시장을 꾸몄다. 입장권은 성인 13유로(약 1만9000원). 총 8개로 이뤄진 전시장은 드넓었다. 가장 넓은 1관에는 푸조·시트로앵·르노 등 프랑스 브랜드와 벤츠·BMW 등 독일 브랜드, 닛산과 인피니티 등 일본 브랜드, 포드 등 미국 브랜드가 각각 포진했다. 3관은 현대·쌍용·혼다·미쓰비시가, 4관은 폴크스바겐·아우디·람보르기니·벤틀리·포르셰·렉서스·도요타 등이 부스를 꾸렸다. 5관에는 재규어·랜드로버·맥라렌·기아·쉐보레 등이 자리를 차지했다.

아무에게나 허락지 않는다, 수퍼카
수퍼카는 최고의 디자인과 품질을 갖추고 희소가치가 있는 고가의 차를 뜻한다. 시속 300㎞ 이상 달릴 수 있는 스포츠카의 성능을 갖췄지만 일반 도로에서 주행한다.
이번 파리 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 벤츠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 수퍼카’를 내놓았다. ‘The new SLS AMG Coup<00E9> Electric Drive’다. 시판 중인 2인승 수퍼카 SLS에 F1 기술을 접목해 전기차로 개조했다. 전시장 벽에서 아래로 쏜살같이 질주할 듯 비스듬히 진열한 이 차의 차체는 묘한 분위기의 푸르스름한 형광빛이었다. 전기 모터 4개를 탑재해 552㎾의 출력에 최대 1000Nm(102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정지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제로백은 3.9초. 정통 스포츠카를 표방한 ‘더 뉴 SLS AMG GT’도 눈길을 끌었다. 6.3L V8 엔진의 최고 출력은 591마력(6800rpm)에 달하며 최대 토크는 650Nm(4750rpm)까지 발휘한다. 제로백은 3.7초.

각각 말과 소가 그려진 로고로 널리 알려진 수퍼카의 양대 산맥,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대결은 늘 초미의 관심사다. 우선 페라리는 차세대 신차를 여럿 선보였다. 최고 출력 740마력에 달하는 12기통 엔진을 탑재 한 F12 베를리네타를 비롯해 FF, 458 이탈리아, 458 스파이더, 캘리포니아 30 등이다. F12 베를리네타는 페라리 모델 중 가장 빠른 차. 제로백에 걸리는 시간은 3.1초, 최고 속도는 시속 340㎞에 이른다. 자연 흡기 직분사 방식의 6262cc V12 엔진을 달아 740마력의 최대 출력을 낸다. 옵션을 뺀 차 값은 5억원대다. 람보르기니의 경우 신형 가야르도 시리즈를 선보였다. 수퍼카 대중화에 앞장선다는 복안이다. 신형 LP 570-4의 경우 차량 전면부와 후면부에 삼각형과 사다리꼴의 조화라는 기하학적 특징을 더욱 부각시켰다. V10 5.2L 엔진으로 4륜 구동이다. 연내 판매 예정이며 가격은 2억7000만원 선. 람보르기니의 부스는 주위에 유리 담장을 쳐 근접을 막아 아쉬움이 컸다. 재규어는 2인승 컨버터블(지붕을 접으면 오픈카가 되는 차) 스포츠카 ‘F타입’ 시리즈를 처음 공개했다. 1960년대의 전설로 불리던 E타입 이후 50년 만이다.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해 강도는 높아지고 무게는 줄었다. 최상위 모델인 ‘F타입 V8 S’의 경우 5.0L 8기통 수퍼차저(연료와 공기를 실린더 내 전기모터로 압축해 집어넣어 폭발력을 높이는 장치) 엔진을 탑재했다. 최대출력 495마력, 최대토크 63.7kg.m에 최고 시속 300㎞다. 제로백 4.3초. 내년 하반기께 국내에도 출시될 예정이다.

상상은 현실이 된다, 컨셉트카
미래의 탈것을 미리 구현한 컨셉트카는 각 사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흥미진진한 예언서다. BMW는 월드 프리미어로 하이브리드 모델 ‘액티브 투어러’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최고 190마력에 제로백은 8초, L당 20km를 주행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km 당 60g에 불과한 차세대 친환경 모델이다. 하지만 BMW 부스에서 더욱 눈길을 끈 것은 i8. 영화 ‘미션 임파시블4’에서 톰 크루즈가 타고 나와 일찌감치 명성을 얻었다. 4월 베이징 모터쇼에서 선보였지만 여전히 인기가 높았다. 이 자동차는 탄소섬유 등 경량 소재를 이용해 연비가 무려 37㎞/L나 된다. i8용 전기모터와 3기통 트윈터보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결합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전기 플러그를 이용해 충전을 하고 주행 중 전기를 다 쓰면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해 주행을 계속 한다. 제로백은 4.6초. 2014년 양산될 예정이다.

영국의 수퍼카 브랜드 맥라렌(McLaren)은 P1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MP4-20C 모델을 기반으로 한 이 모델은 V8 3.8 터보 엔진을 달았으며 963 마력까지 낼 수 있고 최고 속력은 시속 384㎞다. 제로백은 2.8초. 적갈색 차체와 울퉁불퉁한 몸매, 벌집을 연상시킨 후면부 그릴이 인상적이었다. 차체는 매우 얇은 탄소 섬유 패널로 이뤄졌다. “새로운 수퍼카의 전설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P1은 내년 맥라렌 창사 50주년을 맞아 상용화될 예정이다. 가격은 80만 파운드 선(약 14억원)으로 알려졌다. 푸조의 히든 카드는 하이브리드 수퍼 스포츠카 오닉스(ONYX). 르망레이서 908을 토대로 한 쿠페형 컨셉트카다. 차체를 반사와 무반사라는 두 가지 특징 있는 탄소 섬유 패널로 구성해 독특한 맛을 살렸다. 차량 무게도 1100㎏에 불과하다. 3.7L V8 하이브리드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트랜스미션 6단 시퀀셜을 적용한 최고 출력은 600마력.

포르셰는 4도어 세단인 파나메라를 기반으로 만든 컨셉트카 파나메라 스포츠 투르스모를 내놓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로 전기 배터리만으로 30㎞를 주행할 수 있다. 최고 출력은 416마력. 제로백은 6초 미만이다. 연비도 L당 28.5㎞(유럽 기준)에 달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 주행에 82g에 불과했다. 벤틀리는 2013년 모터스포츠계로의 복귀를 선언하며 새로운 레이싱카를 선보였다. 콘티넨털 GT3 컨셉트카다. 양산차를 활용해 레이싱카를 개발한다는 벤틀리의 철학이 반영된 이 차의 모델은 양산차 중 가장 빠른 신형 콘티넨털 GT Speed. 최고 속도는 시속 330㎞다. 4륜 구동인 양산차와 달리 후륜 구동이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중형 쿠페 컨셉트카 ‘LF-CC’를, 인피니티는 스포츠쿠페 EMERGE-E 컨셉트카를 각각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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