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괘로 배우는 삶의 오묘한 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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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노자 강의로 동양 고전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핀 EBS가 이번에는 『주역』 강의에 나선다.

다음달 2일 시작하는 '주역과 21세기' 는 매주 네 차례(월~목.밤 10시50분) 씩 3개월동안 총 52회 방영하는 대형 기획이다.

강의를 맡은 성태용(49.사진) 건국대(철학과)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지곡서당을 차린 한학의 대가 고(故) 임창순 선생에게 한학을 사사했다. 그가 대중을 상대로 방송강의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

『주역』은 유교의 기본 경전인 사서삼경의 하나로, 동양 사상의 기본을 함축하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운명을 점칠 수 있는 책 정도로 알려진 게 사실이다.

성교수도 "『주역』은 점치는 책" 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주역』의 점은 음양이란 우주적 원리로 인생의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며 일회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은 결코 아니다" 라고 설명했다. 특히 복은 올바름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강의는 주로 『주역』을 점술적 측면에서만 이해하는데 따르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태극기에 원용된 음양 사상을 통해 『주역』에 깃든 세계관이 한국인에겐 얼마나 보편화되어 있는지를 살핀다. 이후에는『주역』에 나오는 64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지난 25일 첫 강의를 녹화한 성교수는 "점 쪽으로 가면 방청객들이 귀를 쫑긋 세우다가도 세계관이나 우주론 쪽으로 가면 지루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며 "대중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확인했다" 고 말했다. 또 "『주역』에 관한 한 강호의 고수들이 너무 많아 조금만 잘못해도 비난받기 십상" 이라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성교수는 "이런 어려움을 이겨낸 도올의 공적은 이해하지만 공영방송에서 언어 폭력이 난무하고, 학계에 제기해야 할 이론을 내세우며 자신을 최고라고 여긴 도올의 태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 이라고 덧붙였다. 성교수는 도올이 KBS에서 논어강의를 할 때 한 계간지를 통해 그를 비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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