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DR발행 성공 뭘 뜻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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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신의 제2차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이 일단 성공했다. 발행물량이 당초 예상(25억~30억달러)에는 못 미쳤지만 원주(原株)에 비해 0.35% 할증 발행한 것은 괜찮은 성적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대우증권 민경세 연구위원은 "DR 발행에 실패했을 경우와 비교하면 선방한 것" 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DR 발행으로 정부 보유 지분(한통 전체 주식의 57.9%)이 40.1%로 낮아져 한통은 본격적인 민영화 계기를 잡았다. 정부는 앞으로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한통 지분 15%를 외국업체에 넘기고, 나머지 지분(31.1%)은 내년 6월 말까지 국내 입찰이나 증시 매각을 통해 한통을 완전 민영화할 계획이다.

재정이 적자 상태인 정부로선 22억달러가 넘는 외자가 국고로 들어오게 돼 한시름 덜었다. 대규모 외자 유입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엔화 약세 속에서 안정을 찾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통은 DR 발행 직전 거센 역풍을 맞았다. 통신업계에 대한 비대칭 규제와 세계적인 통신주 폭락이 길을 가로막는 듯했다. 지난 15일 발행한 하이닉스반도체의 GDR가 상장한 뒤 15% 하락했고 미국은 연방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는데 그쳤다.

최근 '통신주 왕따' 현상으로 선진국 통신업체들도 DR를 대부분 할인 발행했다. NTT도코모가 3%, 영국 보다폰이 2.5% 할인했으며 프랑스의 알스톰이 유일하게 DR를 1.97% 할증 발행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한통도 할인 발행으로 자칫 국부 유출이란 지적을 받을까봐 긴장했다. 외국의 투자 분석가들은 DR 신청 접수 결과 경쟁률이 2대1 정도라서 할인발행이 아니면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따라서 한통이 DR 할증발행에 성공한 것은 외국인의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이 여전히 긍정적임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NTT도코모.캐나다의 TIW와 각각 막바지 외자 유치 협상을 벌이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에도 호재다. 이들은 궁지에 몰리던 한국 통신업체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됐다며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한통 민영화 일정에 쫓겨 국제 금융시장의 침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DR 발행을 강행했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한달 전만 해도 DR 발행가를 6만원 정도로 예상했다" 며 "초고속통신을 비롯, 한통이 지닌 잠재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 고 지적했다. 특히 정통부가 DR 발행을 앞두고 지배적 통신사업자에 대한 비대칭 규제와 이동통신 요금 인하 방침을 밝힌 것은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격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한통 주가가 크게 떨어져 DR 발행가격이 당초 목표했던 가격에 못 미친 것은 물론, 할인 발행의 위기로까지 몰렸다는 것이다.

한편 한통 주가는 이날 강보합세로 출발했으나 DR 발행이 성공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하락세로 돌아서 전날 대비 2.29% 떨어진 5만1천1백원으로 마감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29일부터 DR가 뉴욕 증시에 상장되면 물량 부담으로 당분간 DR가격 하락→국내 증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고 전했다.

이철호 기자 news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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