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직원, 이혼소송 중 배우자 집 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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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은행의 비위·무능력 직원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가 도마에 올랐다.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르고, 근무성적이 극도로 불량해도 이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해 ‘철밥통’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 이낙연(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한은 직원 A씨는 2007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근무성적이 7회 연속 하위 5%를 기록했다. 단순 계산으로는 12억8000만분의 1의 확률로 로또 1등 당첨보다 더 힘든 수치다. 하지만 A씨는 ‘정직 3개월’의 징계만 받고 현재까지 근무 중이다.

 이는 한은 스스로 정한 원칙도 깨뜨리는 일이다. 한은은 2007년 3월 ‘불량사원 퇴출제’를 도입했다. ‘철밥통을 깨자’는 공직사회 개혁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근무성적이 불량한 직원을 퇴출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대상은 매년 2회 실시되는 근무성적 평가 결과 5회 연속 하위 5%에 포함되는 직원이다. 처음에는 ‘개혁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5회 연속 하위 5%에 들 확률은 ‘320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낙연 의원은 “일반 회사라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감사원 감사에서 방만한 경영을 지적받고 무늬만 흉내 낸 혁신제도를 도입했으나 이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평소 불성실한 근무태도 로 조직 내에서도 말이 많았다”며 “그러나 징계를 받은 후에는 나아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물의를 일으킨 직원에 대한 처벌도 솜방망이다. B씨는 이혼 소송 중인 배우자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사적 내용이 담긴 파일을 입수한 뒤 이를 배우자 가족에게 뿌려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한은은 ‘주의촉구’ 경징계를 내렸다. C씨는 술집에서 종업원 등을 폭행했으나 2개월 감봉 처분을 받는 데 그쳤고, D씨는 성매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지만 한은은 이에 대한 처벌을 미뤘다. 사무보조원을 성희롱한 E씨에 대해 6개월 감봉의 징계를 내린 것이 그나마 강도가 높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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