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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DVD리뷰] 팀 버튼 '크리스마스의 악몽'

중앙일보

입력

2001년 상반기 영화흥행 레이싱에서 드림웍스의 <슈렉>이 단연 선두다. 재미는 논외로 하더라도 '슈렉'은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대비되면서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만약 디즈니의 실험정신과 도전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최초의 말하는 애니메이션인 <증기선 윌리> 이후 풀 디지털 3D로 제작된 <토이스토리>나 최초의 장편 IMAX용 만화 영화인 <환타지아2000>조차 우리는 20세기 이전에 볼 수 없지 않았을까.

그리고 여기, '진주만'을 제작한 디즈니의 실사영화 제작사 '터치스톤 픽쳐스'가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있다.

클레멘트 무어의 <크리스마스 전날밤>에 영감을 받았으며 동화작가 제우스의 크리스마스 동화인 <그린치>의 그림체에 영향을 받아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팀 버튼은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기획한다. 하지만 <배트맨2>의 영화제작으로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MTV와 CF등을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 실력을 인정받던 '헨리 셰릭'이 맡게 된다.

셰릭의 현장지휘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완성도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셰릭과 팀 버튼감독 그리고 또 한 명의 파트너, 음악담당 '대니 엘프만'의 활약은 이 작품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명작의 반열에 등극시킨다.

대니 앨프만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잭과 악동 배럴의 노래를 직접 맡기도 했다. 팀 버튼의 <비틀쥬스>에도 출연했던 캐더린 오하라 ('나홀로 집에'에서의 어머니역할로 더 유명한)가 잭의 상대역인 샐리의 목소리와 역시 악동인 샥의 목소리를 동시에 연기했다.

촬영 감독인 코자치크와 함께 DVD에서 작품해설을 진행하는 헨리 셰릭감독은 오프닝에서 "여러분이 지금 보실 작품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이와는 조금 다른 작품이죠"라는 해설로 시작하고 있다.

작품은 디즈니 계열서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디즈니적 캐릭터요소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여느 디즈니 작품처럼 뮤지컬형식을 띄고 있다는 것과 해피 앤딩이라는 것을 제외하곤 말이다.

해피 앤딩이라고 해도 어린이 혼자 보기엔 조금 부담스런 장면들과 심술궂은 대사들이 시종일관 영화전체에 흐르고 있다. 이는 이 영화가 제목 그대로 "크리스마스"적인 요소와 "악몽"적인 요소를 동시에 갖췄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를 패러디한 것으로 추정되는 날아다니는 악마가 등장하기까지 하니, 디즈니는 스스로 앤티 디즈니 작품을 93년도에 제작·개봉했던 것이다.

◇ 스토리 라인

시끌벅적한 할로윈 행사를 마치고 할로윈 마을 사람들로부터 행사준비와 결과에 대한 찬사를 받았건만, 펌프킨 헤드 '잭'의 심사는 편치가 않다. 매년 달라지지 않는 할로윈 행사에 공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숲속을 거닐던 잭은 우연히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의 나무속을 통해 크리스마스 마을에 떨어진다.

할로윈 마을과는 색깔이라던가 노래, 분위기가 정반대인 크리스마스 마을.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보려는 잭은 산타클로스(Santa Claus)의 그림자를 보게 된다. 그를 크리스마스 마을을 지배하는 무서운 '샌디 클로스'(Sandy Claws: 옛날부터 서양에는 잠 안자는 아이들에게 샌드맨(Sandman)이 와선 눈에 모래를 뿌리고 간다는 구전 동화가 있다. 샌디 클로스는 이를 변형시킨 샌디 갈쿠리 손에 해당된다)로 이해한다.

다시 마을에 나타난 잭은 마을회의를 소집하고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마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마을이야기에 재미있어 한다. 악마적 캐릭터인 핀클슈타인 박사로부터 실험도구를 빌려온 잭은 밤새도록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다가 어느덧 자신이 산타 대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잭은 산타의 유괴를 악동3형제 록, 샥, 배럴에게 부탁하지만 그들이 처음 잡아온 것은 이스터 버니. 하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 산타 유괴하는데 성공한다.

연이어 화면은 크리스마스 마을과 할로윈 마을의 크리스마스 행사 준비상황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묘한 대비를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이 잘못되어 가고있음을 알고 있는 할로윈 마을주민은 샐리밖엔 없다.

그녀는 짙은 안개를 만들어 잭의 출진을 막으려 하나, 잭의 유령 애견 제로의 밝은 코는 루돌프 사슴코의 역할을 해 샐리의 계획을 무마시킨다. 모든 준비를 마친 잭은 인간세상에서 산타 행세를 하며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려 하지만 결국 공격을 받고선 추락하고 만다.

모든 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잭은 마을로 되돌아가 위기에 처한 산타와 샐리를 부기우기맨으로부터 구하고 산타는 하루 만에 잘못된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정리한다. 그리고 잭과 샐리는 할로윈 언덕에서 서로의 사랑을 고백한다.

◇ 다양한 제작효과 볼 수 있어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제작되었지만 셀과 CG, 그리고 로토스코핑 방식 등이 중간중간 혼합됐다. 가령 유령의 모습 등은 셀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하얀 눈은 CG로 제작됐다. 유리창에 비친 크리스마스 마을 앨프의 그림자는 절지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유령들이 들고 가는 할로윈 선물들은 로토스코핑으로 삽입했다. 벽난로에서의 불은 실사 합성이다.

필자는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보면서 스톱모션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무대에서 촬영되었음에도 카메라의 움직임이 너무나 부드러운 데 놀랐다. 그런데 DVD의 서플에 수록된 제작과정을 보면 이 모든 것이 사전에 프로그램된 카메라의 움직임 때문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DVD는 영화제작 뒷이야기를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00명이 넘는 제작진들이 3년이 넘는 시기에 걸쳐 완성시킨 <크리스마스의 악몽>에는 60 여 개의 주요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단 1분의 상영시간을 위해 1주일동안 작업을 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고역이었던 것이다. 또한 제작방식의 특성상 셀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10일 동안 촬영을 마친 후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잘못된 부분부터 마지막 부분까지 다시 촬영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제작진들은 말한다. 게다가 부기우기맨의 최후를 위해 1천 2백 마리의 벌레들을 개별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DVD의 화질은 팀 버튼의 기괴하고 강렬한 영상들을 고스란히 잘 담고 있으며 음악들도 생생했다. 삭제된 스토리보드와 시간상 상영되지 못한 촬영 분들도 접할 수 있다.

화질이나 사운드 못지않게 이 DVD를 더 빛나게 하는건 LD 한정박스판 시절부터 수록됐던 팀 버튼의 <빈센트>와 <프랑켄위니>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DVD 사양 및 수록내용

  • 상영시간: 76분

  • 화면: 1.66:1 와이드 스크린 (아나몰픽 무지원)

  • 사운드: DTS 5.1, DD 5.1, 영어 및 프랑스어더빙, 감독 및 촬영감독의 해설

  • 자막: 영어 및 서반아어

  • 서플: 제작과정, 스토리보드 비교(일부분), 삭제씬 7장면, 극장예고편, 포스터, 컨셉 및 디자인, 팀버튼의 초기작 [빈센트] 및 [프랑켄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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