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반도체사 불황 탈출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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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D램 가격 폭락에 대해 단순 감산(減産)보다는 수요나 가격이 좋은 제품 위주로 상품구성을 바꿔나가는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대처하고 있다. 생산물량만을 줄이는 단순 감산은 반도체회사의 시장 지배력을 잠식해 앞으로 시황이 회복될 경우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대신경제연구소 진영훈 연구위원은 2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과거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한 기업은 시장서 밀려났다" 고 전제, "최근의 가격폭락은 과잉공급 보다는 수요부족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기술.원가경쟁력이 높은 삼성전자.인피니온.마이크론.하이닉스 등 4대 메이저들이 단순 감산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는 수요나 상품수명이 다한 개인용컴퓨터(PC) 메모리용 64메가 SD램의 생산비중을 줄이고 상위기종 메모리와 그래픽용 메모리생산을 늘리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에 본격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64메가급의 경우 PC 메인 메모리용 SD램은 단종준비에 들어갔고, 주문생산하는 그래픽.게임기.디지털 가전용 SD램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며 "그러나 PC용 D램의 시장지배력 유지를 위해 256메가 시대를 앞당기기로 하고 최근 생산.출하량을 점차 늘리고 있다" 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생산비중이 20%대인 64메가급을 올해말까지 한 자리대로 줄이고, 256메가급과 램버스D램 생산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하이닉스는 최근 컴퓨터용 64메가 SD램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그래픽.디지털 가전용으로 바꾸고 있다. 올초 전체 D램중 60%를 차지했던 64메가급을 현재 40%대로 줄였다. 대신 128메가급과 차세대 D램인 DDR(더블데이타레이트.그래픽용) 비중을 올 연말까지 20%로 늘려 세계 DDR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陳연구위원은 "이미 도시바.NEC 등 일본업체가 감산에 나섰고, 다음은 대만업체들이 감산할 가능성이 크다" 며 "그러나 이들의 감산은 시장 수급조절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 반도체 불황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양선희 기자 su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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