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늘어난 '부동산 상경투자' , 시장 반전 기폭제 될까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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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얼마 전 20여 년간 아파트 분양을 해 온 분양업체 사장을 만났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상승과 날개 없는 추락을 반복하던 부동산 시장을 고스란히 지켜본 산 증인이죠.

이 사장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최근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견본주택에 지방 거주자 문의가 부쩍 늘어났다는 겁니다. 수도권과 지방 여러곳에서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는 것을 알기에 기자의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그래서 수도권에서 미분양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인 김포시 한강신도시를 들여다봤습니다. 올 3월 분양한 래미안 한강신도시2차(1711가구). 분양 초기에는 계약자의 대부분이 서울?수도권 거주자였습니다. 지방은 2%에도 못 미쳤죠.

하지만 5월 이후 지방 거주자가 몰리면서 현재 전체 계약자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근 A아파트도 계약자의 15%가 지방 거주자입니다.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데 수도권에 아파트를 사는 이유는 뭘까요. 근무지 이전 등의 이유로 실제로 거주하려는 수요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투자 수요가 많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월세로 임대수익을 얻기 녹록치 않은 아파트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뭘까요. 이들은 수도권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걸까요.

최근 한강신도시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 받은 부산?양산시?김해시 거주자 4인(44~67세)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이들은 대부분 수도권 주택시장이 바닥에 근접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4인 모두 5년 이상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고 매도는 적어도 5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수도권 집값 떨어져 자금 부담 덜해

부동산 호황기때처럼 수억원의 웃돈을 기대하지 않는 것도 비슷했습니다. 대부분 분양가의 30% 정도 시세차익을 얻으면 만족할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지역은 수도권 중에서도 개발이 진행 중인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지구를 선호했습니다. 서울에서 가깝고 개발이 완료된 후 가치 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집값이 꾸준히 올랐던 지방 주택시장이 최근 내림세로 돌아선 것도 수도권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 작용했습니다. 과거 부동산 경기 흐름상 당분간 지방은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반면 수도권은 반등할 시기라는 것이죠. 반등 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5년 후를 내다봤을 때 적어도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지방 집값이 오른 것도 이유로 꼽힙니다. 수도권 새 아파트 분양가는 5년 전 수준으로 내려간 데다 미분양 단지의 경우 금융지원 등 분양혜택이 있어 자금 부담이 덜 한거죠.

부산 남구에 거주하는 류모(51)씨의 경우 최근 5년간 아파트값이 1억원이 올랐다고 합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면 한강신도시에 분양 받은 아파트 분양가를 치르고도 남는다고 하네요. 김해시에 사는 김모(44)씨도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면 별다른 추가 자금을 들이지 않아도 수도권에 새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방의 ‘바이 수도권’ 바람은 당분간 계속 불어올 것 같습니다. 포스코건설이 이달 말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에 분양하는 오피스텔 더샵 라르고는 견본주택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 200건의 문의 중 30%가 지방에서 걸려오는 전화라고 합니다.

벌써 5년째 착 가라앉아 있는 수도권 주택시장. '바이 수도권' 바람이 주택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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