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마다 수업 녹화해 평가 … 교사 스스로 강의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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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민(60·사진) 교장은 1982년 평교사로 부임한 이후 30년 세월을 중동고와 함께 했다. 1984년 중동고가 지금의 위치인 강남구 일원동으로 이전하기 이전인 ‘중구 수송동’ 시절부터 이 학교에 재직하며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봤으니 중동고 역사의 산 증인이나 다름없다.

-인생의 반을 중동고에서 보냈다.

 “교사 이전과 삼성그룹의 학교 인수, 개교 100주년 등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일은 2009년 자율형사립고에 선정된 것이다. 서울지역에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고자 지원한 고교 중 1위의 성적으로 자율형사립고가 됐다는 게 뜻 깊다.”

-1위 비결은 뭔가.

 “2001년 정부가 자립형사립고를 지정할 때부터 준비를 해왔다. 당시 자립형사립고에 선정되려면 학생 등록금 총액의 25%를 재단이 투자해야 하는 ‘재단 전입금’의 의무가 있었는데, 당시 삼성그룹에서 30%가 넘는 금액을 지원하고 있어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자립형사립고를 선정하지 않았다. 민사고·현대청운고 등 5개교만 시범학교로 지정됐다.”

-자랑할 만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2009년 교장에 부임한 직후 만든 ‘스마트 교실’이다.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녹화할 수 있는 교실이다. 카메라 2대 중 한 대는 교사의 수업 장면을 녹화하고, 한 대는 학생들의 반응을 담는다. 교사 스스로 자신의 강의를 평가하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다. 모든 교사들이 한 학기에 한번은 의무적으로 진행한다.”

-수업의 질을 중시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왜 학원·과외 등 사교육에 의존하는가. 학교수업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교육을 강화하려면 교사들이 잘 가르치게 만들면 된다. 나의 교육 철학은 ‘학교의 재산은 교사’라는 것이다. 수능 1등급 받는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놓아도 교사들이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성적이 오를 수 없다. 현재 중동고 교사 중 석·박사 비율이 전체 60% 정도에 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반고로서는 처음 시도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삼성그룹이 1994년 학교를 인수하면서 일반고에서는 처음으로 원어민 교사를 채용했다. 당시 교사들을 위한 영어회화반도 개설했었다. 또 1996년엔 학교정보 프로그램인 ‘중동종합교육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사용되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 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의 모태라고 보면 된다.”

-삼성그룹이 올해 학교에 대한 지원을 철회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있나.

 “자율형사립고 전환 뒤에도 재단에서 학생선발권이나 커리큘럼 구성 등에 관여할 수가 없었다. 그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18년간 삼성그룹이 학교에 1000억원 정도를 지원하면서 중동고 발전의 큰 틀이 마련됐다. 그룹의 지원이 끝났다고 해도 재정적인 어려움은 없다고 본다. 학교가 가진 수익성 기금만 해도 200억원은 된다. 하지만 하루빨리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것은 맞다.”

-지난해 일반고 중에서 SKY대 진학률 1위를 했다. 자율형사립고 전환 이후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올해도 대학 진학률에 대한 기대가 클텐데.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되면서 특목고와 같은 전기고에 분류돼 우수한 학생을 외국어고·과학고 등에 뺏긴 것도 사실이다. 특목고에 떨어진 학생들이 후기고인 중산고·휘문고 등에 많이 지원했다. 수능을 치르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하지만 논리학 수업과 체계적인 논술교실 등 중동고가 가진 강점이 많으니, 올해도 충분히 좋은 결과 나오리라 기대한다. 한 반 학생이 서른 명이라면 그 중 25명은 ‘인 서울(In Seoul)’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나.”

글=전민희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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