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재 비웃는 통신업체 불법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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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위원회가 매달 통신사업자들의 불법 단말기(휴대폰) 보조금 실태조사를 통해 과징금 부과 등 제재조치에 나서고 있으나 업체들의 불법행위가 근절되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통신위는 지난달 SK글로벌, KTF, LG텔레콤 등 3사의 불법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 9천874건을 적발한데 이어 이달에도 1천342건을 적발했다. 적발된 업체들이 5월과 6월에 부과된 과징금은 19억원, 33억원 총 52억원에 달한다.

적발건수에 비해 과징금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도 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행위를 계속함으로써 통신시장의 유통질서가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통신시장의 혼탁양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통신위의 제재조치가 매번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단말기 보조금 금지가 이용약관 사항에 그치는 등 관련 규정이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통신위는 지난달 실태조사에 착수하면서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형사고발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나 가장 많은 적발건수를 기록한 SK글로벌에 대해 1억원의과징금을 부과하는 데 그쳐 `솜방망이'' 조치라는 비난를 자초했다.

통신위도 이런 비판적 여론을 감안, 정보통신부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더 강력한 제재수단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법행위 주체인 통신업체들조차 "관련규정에 문제점이 있다"며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 차단을 위해서는 아예 단말기 보조금 금지 규정을 전기통신사업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26일 "특정 업체가 먼저 보조금을 쓰면 다른 업체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보조금 지급에 동참하게 된다"면서 "보조금을 사용하지 않는 대리점은 문을 닫는 수 밖에 없는 실정"이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행 과징금 수준의 제재조치로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를 결코근절할 수 없다"면서 "단말기 보조금 금지 규정을 법제화해 위반시 제재조항을 대폭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F의 관계자도 "전기통신 사업법에 관련조항을 신설, 위반시 형사고발까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약관을 위반할 경우 통신위의 제재조치는 과태료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사업정지(1년이내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서 정지명령), 최대 사업허가 취소까지 가능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용약관 위반건에 대해 통신위가 사법당국에 형사고발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며 또한 아직 판례도 없는 실정이다.

반면 전기통신사업법에 단말기 금지규정 조항을 신설할 경우 위반시 형사고발 등 고강도의 법적 제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불법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를 어느정도근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법제화를 통한 제재 강화도 중요하지만 통신위의 불법행위 근절의지가무엇보다 중요하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SK글로벌의 경우 지난달 3사중 가장 많은 불법행위가 적발된 데 이어 이번에도 최다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매출액을 감안해 과징금이 1억원에 그쳤고 3개월간 영업정지 조치가 취해졌다.

그러나 이런 제재에 대해 통신위가 상당히 관대한 처분을 했다는 지적과 함께 KTF와 LG텔레콤이 각각 21억원, 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에 비해 형평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과징금 산출기준에도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은 통신시장의 유통질서를 어지럽힐 뿐만 아니라 후발사업자들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그 피해가 온다는 점에서 정부는관련규정 개선과 함께 강력한 근절의지로 통신시장의 유통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게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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