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거센 팔자 공세 고개 떨군 '빅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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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상위 5종목이 비실대고 있다.

거래소의 시가총액 44%를 차지하는 이들 종목은 증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증시 침체와 맞물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빅 5 중 삼성전자.SK텔레콤.한국통신 등 정보기술(IT)주들은 미국 경기가 불투명해 당분간 약세 분위기가 이어지며 증시 회복을 가로막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전과 포철은 내수주와 전통 제조주 성격이 강하나 외화 부채가 많아 올 들어 이어진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 거센 외국인 매도 공세=외국인들은 최근 포철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가총액 상위 4개 종목을 팔아치우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달 3일부터 매도 추세가 이어지며 26일까지 2백26만주를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지분율도 48.99%에서 46.55%로 2.44%포인트나 낮아졌다.

삼성전자도 지난 15일 이후 8일 연속 외국인들이 매도에 나서며 1백63만주를 순매도했다. 57.7%에 이르렀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도 26일 56.6%로 1.1%포인트 하락했다.

이같은 외국인 매도로 삼성전자 주가는 19만원마저 깨졌으며, SK텔레콤도 자사주 매입의 약발이 끝나면서 20만원을 위협받고 있다.

SK텔레콤은 NTT도코모에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호재가 남아 있으나 뉴욕 주식예탁증서(DR)도 떨어지고 있어 주가가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통신과 한전은 외국인들이 이달 중순께 매도 추세를 보였다가 최근 2~3일 전부터 매수 추세로 돌아섰다.

포철의 경우 지난 13일부터 외국인들이 매수에 나서 지분율을 58.70%로 올려 빅 5중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높았다.

◇ 미국 경기가 관건=외국인들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팔아 치우는 것은 미국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SK텔레콤.한국통신 등 빅3가 속한 정보통신 경기는 전통 제조업 경기보다 회복이 늦어질 것으로 보여 투자 매력을 잃은 상태다.

지난 6월 미국 4백50대 대기업 자재부장의 구매 현황을 지수화한 NAPM(전국구매관리자협회)지수는 46으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50 이하로 내려가면 설비를 구매할 때 가격을 깎은 기업이 많다는 것이어서 그만큼 경기가 나쁜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한국 수출경기보다 2~3개월 선행해 한국 수출 경기가 그만큼 암울해질 수 있다.

굿모닝증권 홍춘욱 수석연구원은 "오는 2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는 알려진 재료여서 국내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 이라며 "내달 2일 발표되는 NAPM 지수에 따라 빅5의 운명과 증시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 장기 투자자라면 분할 매수=불투명한 경기와 증시의 유동성이 제한된 상태에서 덩치가 큰 빅5가 상승하기는 힘겨울 전망이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도 빅5의 지분을 이미 충분할 만큼 보유한 상황이어서 추가적 매수보다는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며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박스권 하단에서 사고 상단에서 파는 정도의 단기 매매에 국한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조사팀장도 "정보기술 경기는 전통 제조업 경기보다 회복이 늦어 내년 이후에나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현대투신운용 성금성 이사는 "경기 전망 불투명하나 실적은 양호한 만큼 하반기부터 정보통신주를 분할 매수할 만하다" 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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