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신인왕 후보 '감이 안잡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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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밖에 기회가 없는 값진 상을 받아 너무 기쁩니다. "

지난해 동갑내기 조규수(한화)와 치열한 경쟁 끝에 신인왕을 따낸 투수 이승호(SK)의 수상 소감이다.

매년 신인왕 수상자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희소 가치 때문이다. 1989년 고졸 출신 최초의 신인왕인 투수 박정현(당시 태평양)을 비롯해 92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혜성처럼 등장한 염종석(롯데), 94년 서용빈 · 김재현 등 팀 동료와 겨뤄 신인왕을 움켜쥔 유지현(LG) 등 불과 18명이 프로 선수에게 단 한번뿐인 행운을 잡았다.

그러나 반환점을 돌아버린 올시즌 프로야구 '새별의 꽃' 신인왕 타이틀 향방은 유독 점치기 힘들다. 올시즌 8개 구단에 입단한 신인 선수는 모두 75명이지만 시즌 중반에 접어들도록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

올해 새내기 최고 계약금을 받았던 투수 이정호(삼성 · 5억3천만원)는 최고 1백50㎞의 빠른 직구를 던져 기대를 모았으나 일곱게임에 등판해 1세이브만 기록한 뒤 제구력 난조와 허리 부상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2군으로 내려갔다.

시드니 올림픽 '반짝 스타' 인 SK 투수 정대현(계약금 3억5천만원)은 13경기에 출전했으나 승패없이 방어율 4.26을 기록 중이다. 해태의 억대 신인투수 김주철(1억8천만원) 역시 1승2패에 방어율 7.79로 저조해 1, 2군을 오가고 있다. 개막 이후 보름 만에 2군행 보따리를 쌌던 국가대표 출신 내야수 신명철(롯데.3억2천만원)은 타율이 0.152에 불과하다.

다만 고졸 투수 이동현(LG · 3억2천만원)이 지난 7일 잠실 SK전에서 첫승을 따낸 뒤 2연승을 거두며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올해 한화에 입단한 내야수 김태균(1억6천만원)도 규정 타석에는 모자라지만 0.343의 맹타를 휘두르며 신인왕 타이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뚜렷한 후보가 없는 만큼 하반기 신인왕 경쟁은 그만큼 뜨거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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