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강산' 지원 딜레마 빠져

중앙일보

입력

금강산 관광사업을 공동추진할 현대와 한국관광공사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문제를 놓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대북 화해.협력정책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편이지만, 정부가 혈세(血稅)를 대북사업에 쏟아부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만만치 않아 쉽게 지원여부를 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관광선을 세울 수는 없다"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협력기금은 금강산 관광사업의 인큐베이터나 마찬가지" 라고 설명했다.

금강산사업이 단순한 경협이 아닌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측면도 있는 만큼 난파위기의 관광선을 제 항로에 올려놓기 위한 고육책이란 얘기다.

정부는 내심 관광사업에 탄력이 붙게 되면 지난 8일 현대와 북한측이 합의한 대로 육로관광 등을 논의하는 남북당국간 접촉을 재개해 3월 이후 중단된 당국회담의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종석(李鍾奭)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도 "정부가 경협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관련법의 테두리 내에서 대북사업을 지원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 며 "더 이상 정경분리 원칙을 내세워 난색만 표명 말고 미지급금(2천2백만달러) 정도는 지원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과 보수층에서는 "정경분리를 내세우던 정부가 금강산사업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 며 특혜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통일부가 국민의 65.5%가 금강산사업의 지속을 바란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협력기금 지원을 둘러싼 이런 분위기를 고려한 성격이 짙다.

◇ 어떻게 지원하나=남북협력기금은 88년 7.7 특별선언 이후 급증한 남북간 인적.물적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설치됐으며, 91년 3월 최초로 정부출연금 2백50억원이 마련됐다.

통일부는 협력기금 대출신청이 들어오면 먼저 한국수출입은행에 자금대출 심사를 의뢰한다.

심사보고서를 토대로 통일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관련부처 차관이 참석하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개최하고, 여기서 지원방침이 의결되면 수출입은행과 신청업체간 대출계약이 체결돼 집행이 이뤄진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