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실거래가 약가 상한액의 99.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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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의 의약품 구입 가격이 정부가 책정한 의약품별 보험급여(약가) 상한액의 평균 99%에 이르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24일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특감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작년 4.4분기 전국병.의원 등 요양기관들의 의약품 구매가와 의약품별 보험 약가 상한액을 비교한 결과 구매가가 약가 상한액의 평균 99.2%였다.

이는 요양기관들이 실제 거래가와 상관없이 복지부가 책정,고시하는 약가 상한액에 맞춰 의약품 구매가를 신고하며, 그 결과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가 오히려 약제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감사원은 최근 복지부에 통보한 처분요구서를 통해 "실거래가 상환제 하에서는상한가격이 낮아지면 영업에 지장을 받는 제약업체와 굳이 싸게 구입할 필요가 없는요양기관의 이해가 일치한다"면서 "따라서 보험이 인정되는 최고 가격(상한가)이나거의 비슷한 고가에 의약품 구매계약이 체결된 소지가 높다"며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요양기관과 제약업체 사이의 담합으로 상한가에 구매한 것처럼 보험공단에 구매자료를 제출한 뒤 차액을 리베이트로 주고받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결국 실거래가 상환제 하에서는 의약품이 대부분 상한가로 거래돼 약제비가 절감될수 없다"고 강조했다.

병원협회도 최근 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정책건의서를 통해 `약제비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거래가 상환제를 정부 고시가 제도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병.의원이 의약품 거래 과정에서 챙기는 음성적 약가 마진을 차단한다는 취지로 지난 99년 11월 요양기관이 신고해온 구입가대로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복지부 재정추계에 따르면 올해 보험재정에서 지급해야 할 약제비는 작년에 비해 7천억원 정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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