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원형의 섬 진도' 그 아름다움에 대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아, 그 보배로운 섬. 단 하루라도 진도의 길을 터벅터벅 걸어본 이라면 어찌 그 영혼을 사랑하지 않고 견딜 수 있을 것인가. 단 하룻밤 별 쏟아지는 진도의 밤하늘을 바라본 이라면 어찌 그 맑고 허허롭기 그지없는 사람들의 눈빛과 소리가락과 바람과 들꽃들의 깊은 영혼에 깊게 데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

한때 전남 진도 바닷가 마을의 초롱한 불빛들을 지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한 적이 있다는 곽재구 시인은 진도의 숨결을 이렇게 글로 표현했다.

그가 극찬한 진도는 국내에서 자연과 전통문화의 맥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지역 중 하나.

신간은 진도 고유의 정신이 담긴 씻김굿과 다시래기.강강술래.진도아리랑.들노래 등 무형 문화유산들, 원형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 진도의 자연,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자연과 문화.역사.삶의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표지를 펼치면 김훈씨의 탐미적인 글솜씨도 그렇지만, 진도의 풍광과 사람들을 담아낸 사진작가 허용무씨의 작품 속으로 단박에 빠져든다.

저자는 진도 씻김굿 인간문화재인 박병천씨의 딸로 무당이 아닌 예술가로서 굿을 한다는 젊은 단골무당 박미옥(사진) 씨 외에 결혼 후 남편의 고향인 진도에 뿌리를 내린 김명수 죽림보건진료소 소장, 다섯살배기 손자를 데리고 쑥을 캐는 할머니 김형심씨, 농촌 삶의 고통을 시로 풀어내는 시조시인 석가정씨 등 천명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책 말미를 장식했다.

멀리는 삼별초의 난에서부터 임진왜란.한국전쟁 등 모든 참화가 단 한번도 비켜가지 않았던 진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역사와 화해하고 다시 진도의 품에서 살고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전해준다.

도서출판 이레는 이 책을 시작으로 신라 예술의 보고 경주, 백제문화권 공주ㆍ부여, 고려문화권 강화ㆍ김포, 남도문화권 해남ㆍ강진 등을 다룬 책을 '한국의 숨결 시리즈' 로 묶어 차례로 출간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