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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반 컬렉션] 존 필드 '녹턴'

중앙일보

입력

밤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뒤를 돌아보며 그리움과 추억에 잠기는 시간. 그래서 음악도 들뜬 표정의 화려한 관현악보다 느린 템포의 피아노곡이 잘 어울린다.

밤의 음악이라는 뜻의 장르인 '녹턴(Nocturne) ' 은 쇼팽의 피아노곡이 가장 유명하지만 원조는 아일랜드 태생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존 필드(1782~1837) 다.

쇼팽을 비롯해 슈베르트.멘델스존.슈만 등이 남긴 소품도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 와 맑고 투명한 음색으로 가득찬 존 필드의 녹턴은 쇼팽보다 소박하며 내성적이다. 요즘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뉴에이지 계열의 피아니스트 앙드레 가뇽이라든지 유키 구라모토의 정서와도 일맥상통한 데가 있다.

존 필드는 모두 14곡의 녹턴을 남겼다. '꿈을 꾸듯' '가사 없는 노래' 등의 부제에서 보듯 차분하고 느린 템포로 끝없이 명상의 공간이 펼쳐진다.

하지만 우리에게 '녹턴' 을 선물로 준 존 필드는 피아노제조업으로 성공한 피아니스트 무치오 클레멘티의 문하에서 '노예' 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피아노 가게에서 손님들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했고 작곡료.연주료도 한푼도 받지 못했다.

1803년 스승과 결별한 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정착한 그는 알콜 중독으로 사망했다. 아일랜드 피아니스트 미셀 오루케의 전곡녹음(샨도스) 는 명료한 음색과 흐르는 화음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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