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베이스] 팀워크와 케미스트리

중앙일보

입력

'팀워크(Teamwork)'이라는 단어는 원래 영어지만 이제는 한국 말이 다 된듯한 영어다.

원래 '합동작업'이라는 단순한 뜻이지만 고향을 떠난 이 단어는 한국에선 팀 멤버들간의 협동정신과 동료애, 또는 팀 분위기를 의미하는 속 깊은 단어가 됐다.

미국인들은 '팀웍'대신 '케미스트리(Chemistry)'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단체보다는 '나'를 앞세우는 미국의 케미스트리가, 죽으나 사나 '우리'를 외치는 한국의 팀워크에 비교한다면 가소로울 뿐이다.

하지만 실은 이 '케미스트리'가 장난이 아니다.

우물안 개구리였던 LA 레이커스가 갑자기 무적의 팀으로 바뀐 것도 필 잭슨 감독이 부임하며 팀 케미스트리가 바뀐 덕분이다. 지난해 뉴욕 메츠는 대형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영입하려다 케미스트리가 깨질까 포기했다. 프로스포츠 각 구단 선수들은 자기들끼리의 규율을 정해 케미스트리를 해치는 선수들에게 벌금을 물린다.

지난 겨울 개리 셰필드가 트레이드 파문을 일으켰을 때 구단이 진짜 트레이드를 추진했던 것도 케미스트리 때문이었다. 박찬호도 한때 다저스 투수들끼리의 약속이라며 고티수염을 기르기도 했다.

케미스트리의 존재가 느껴질 때는 좋고 잘 나갈 때보다는 어렵고 힘들 때다. 잘 나갈 때야 모든게 좋지만 안될 때는 반드시 그 팀의 케미스트리가 도마위에 오르게 마련이다.

2년전인가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내던 다저스 선수들은 다저스타디움에서 오래 입었던 유니폼 일부를 한데 모아 불태우는 엄숙한 의식(?)을 치렀다. 불운을 털고 새출발을 하자는 각오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날부터 모두가 유니폼 하의 파란색 스타킹을 무릎까지 올리는 농군 패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한국에서 흔히 보았던 단체삭발이 연상될 정도의 결의가 느껴졌다.

잘 나가던 다저스가 부상 선수들의 속출로 휘청거리며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다. 다시 한번 스타킹을 올려 신을 때가, 팀워크 아니 케미스트리를 과시할 때가 된 것 같다.

※ 퍼스트 베이스 홈으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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