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래도 경기부양은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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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부터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에 일단 제동을 거는 중앙은행의 수정 경제전망이 발표됐다. 엊그제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을 당초 5.3%에서 3.8%로 낮추고, 물가상승률을 3.7%에서 4.4%로 올리는 등 올해 한국 경제를 지난 연말 전망 때보다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한은의 전망은 4%대 성장은 할 것이라던 정부의 예상보다 낮고, 물가상승률 역시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3%대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은의 전망대로 된다고 하더라도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며, 한국개발연구원 등 여타 경제전망 기관들은 한은보다 높은 4~5%대의 성장 전망을 견지하고 있어 미리부터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정작 우려하는 것은 이런 전망을 계기로 경기부양론이 전면에 부각되지 않을까라는 점이다. 물론 올해 3.8%의 예상 성장률은 지난해 8.8% 성장의 절반이 채 안되며, 5~6%대로 추정되는 잠재 성장률에도 못미친다는 점에서 경(硬)착륙과 그에 따른 경제적 충격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올해의 저성장은 근본적으로 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 부진, 구조조정의 지연 및 불확실, 미국 등 세계 경제의 불안 심화이기 때문에 정부가 역점을 둬야 할 바는 더욱 심한 해악을 미칠 내수 부양 등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와 신속한 구조조정 등 근본적인 불안 요소의 해소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각종 세금 감면과 추경예산의 조기 편성 추진, 지나친 건설경기 부양 등 정부.여당이 최근 앞다퉈 시행하는 일련의 선심성 경제정책이 크게 걱정스럽다.

또 우려되는 바는 한은의 전망대로 된다면 올해는 연간 수출이 전년에 비해 줄어드는 사상 두번째의 해가 되며, 이에 따라 축소 균형이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기업의 기(氣)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신산업 육성 등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데도 게을리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므로 정부는 기업의 투자심리 회복을 위한 전면적인 규제완화와 금융시장 불안감 해소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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