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월 소비자물가 0.4%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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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최근 일본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오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 등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제로금리'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총무성이 25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가격 변동이 많은 식품류를 제외한 종합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하락했다. 이는 2003년 6월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큰 내림세로, 블룸버그통신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 예상치(0.3% 하락)보다 더 낮은 것이다. 특히 경기 변화에 예민한 도쿄 지역의 물가는 지난 한 해 동안 0.2% 떨어져 1999년 이후 6년 연속 물가가 내렸다.

일 총무성은 "전기요금과 노트북PC 등 가전제품 가격, 유선전화료 등이 떨어지면서 물가지수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지난해 차츰 작아지던 물가 하락폭이 최근 2~3개월 사이에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 총무성이 같은 날 발표한 도쿄 지역 3월 소비자물가지수 예상치는 0.5%로 2월보다 디플레이션 폭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UBS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경기 회복세가 일시적으로 둔화하면서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물가 하락을 초래한 것"이라며 "올해 안에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일본 재무상도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물가 하락은 완만한 디플레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은행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금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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