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조류독감 발생 시인 … 방역 감당 못해 손들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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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는 27일 북한 조류독감이 공식 확인됨에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다녀오는 사람들의 체온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에 앞서 최근 북한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도라산·고성 검역소에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검역을 강화했다. 또 닭·오리 농장에 가지 말고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하는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다.

농림부도 북한산 닭고기 수입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농림부는 지난 15일 북한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는 설이 돌았을 때부터 북한산 닭고기의 수입을 보류했다. 당시 국내 업체가 북한산 닭고기 40t을 수입할 예정이었으나 조류독감 발병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선적을 중단해주도록 북측에 요청했다.

◇국내 영향 아직 없어=정부 관계자는 “북한을 이미 조류독감 발생 의심국가로 간주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아직 국내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설에 따르면 북한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옮겨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통일부와 농림부 등 관계부처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평양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데 긴장하면서 전염병 확산방지 조치 등 방역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통일부 주도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대책 마련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방역능력 있나=북한은 평양 하당 공장을 비롯한 2∼3개 닭 공장에서 수십만 마리가 조류독감에 감염됐다고 공개했다. 우리 정부는 그나마 위생적으로 통제가 되는 평양의 닭 공장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긴장하고 있다. 이는 방역 여건이 평양보다 열악한 지방의 닭 공장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조류독감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정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수습할 수 없는 단계로까지 조류독감이 확산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례적으로 조류독감 발생사실을 공개한 게 외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량난 타개를 위해 대대적인 닭 공장 증설 운동을 벌였던 북한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남북 경협이나 민간 교류에도 여파를 미친다. 남북교류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북한에서 조류독감이 급속히 퍼져 한국·중국 등 인접국까지 감염이 확산하지 않도록 북한에 대한 방역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이 자체적으로 조류독감 발생을 확인한 직후 세계보건기구(WHO)는 조사관을 북한의 조류독감 발생 지역에 급파해 역학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류독감, 인체 영향은=1997년 홍콩에서 사람에게 조류독감이 전파된다는 사실이 처음 발견됐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긴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그동안 베트남·태국·캄보디아에서 46명이 조류독감으로 숨졌다. 올 들어서도 베트남에서 13명, 캄보디아에서 1명이 숨졌다.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사람의 독감 바이러스와 결합해 변종이 만들어지면 20세기 초 스페인독감처럼 수천 명이 숨지는 대재앙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12월 충북 음성 일대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으나 사람에게 옮긴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닭·오리를 읽혀 먹는 최종 소비자가 조류독감에 걸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신성식·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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