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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 펴낸 미래학자 리프킨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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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가로서, 미래학자로서 전세계에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제레미 리프킨이 최근 저서 『소유의 종말(원제 'The Age of Access' ) 』 국내 출간을 계기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워싱턴 중심가의 '경제조류재단(Foundation on Economic Trends) ' 에서 그와의 '접속' (access) 을 시도했다.

- 당신이 말하는 네트워크가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체제는 현실성 있는 얘기인??br> "며칠전 마이크로소프트(MS) 사가 새로운 영업방식을 발표했다. 조만간 MS는 윈도우 소프트웨어를 판매하지 않고 매달 그 사용료를 받는 식으로, 소프트웨어 사용 '체험(experience) ' 을 팔기로 한 것이다. AOL 타임워너도 마찬가지다. 네트워크 경제는 이미 우리 눈앞에 다가왔다. "

- 접속이니 네트워크니 하는 개념도 '신경제' 와 비슷한 것 같은데.
"소프트웨어 등 신기술로 인해 모든 경제활동이 상호 연결되며 광속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체제, 또는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체제는 속도 면에서 이런 추세를 수용하거나 적응토록 짜여져 있지 않다. 시장경제체제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시장에서 거래를 하고 기업은 거기서 이문을 남겼다. 순수한 네트워크 경제체제에서는 판매자나 구매자가 없다. 공급자와 사용자, 또는 서버와 고객이 있을 뿐이다. 물론 네트워크에서도 물리적.지적 자산은 존재하지만 그 자산은 언제나 공급자가 보유하며 소비자는 일정 시간의 '접속' 을 구매한다. 21세기 중반이 되면 이런 새로운 경제체제로 대체될 것으로 본다. "

- 자본주의 체제가 맞게될 도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종래 시장에서의 거래는 불연속적이고 일시적이다. 네트워크를 통한 거래는 연속적이고 항상적이다. 소위 '24/7 접속' ( '24시간 1주일 내내' 의 의미로, 항상 접속되어 있다는 신조어임) 인 것이다. 따라서 시장 경제체제는 재화를 상품화하지만, 네트워크 경제체제는 시간을 상품화한다. 또 광속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상황에서는 종래의 시장도, 또 시장중심의 자본주의도 이윤을 낼 수 없어 존재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

- 경영 중에 어떤 점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인??br> "물리적 자산에 대한 인식이 가장 크게 바뀔 것이다. 과거에는 물리적 자산이 경제적 부(富) 의 척도였다. 그래서 모두가 GM의 최고경영자가 되는게 꿈이었다. 이제는 나이키사의 사장이 되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다. 네트워크 경제 속에서 부동산.생산시설.재고 등은 장부상 자산일 뿐 기업에게 사실상 부담이 된다. 이제 기업들은 지적자산만 보유하고 물리적 자산을 보유하려고 하지 않으며, 필요한 것은 아웃소싱.하청 등을 통해 구하려 한다. '소유로부터 접속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

- 또 다른 변화는?
"주요생산이 '산업 생산으로부터 문화 생산' 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소니.디즈니.AOL 타임워너 등 새로운 경제주도기업들이 판매하는 콘텐츠가 뭔가. 콘텐츠란 '인류의 이야기와 체험' 이다. 이들 기업들은 지구 구석구석에서 창출되어 수천년 동안 축적되어 있는 문화유산을 발굴해 유료 상품화하는 셈이다. 나는 이 새로운 경제를 '체험 경제' 라 부른다. "

- 이런 변화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상황전개에 따라 다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들은 자기의 경제활동이 환경 등 외부에 대해 야기하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 그러나 네트워크 체제에서 비용은 항상 생산자에게 머문다. 따라서 환경 등 외부비용도 최소화하려고 애쓸 것이다. 그것이 유익한 점의 하나다. 예를 들어 캐리어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에너지를 많이 쓰고 프레온 가스로 지구온난화 문제를 야기하는 에어컨을 만들어 파는 회사였다. 하지만 네트워크 체제에서는 사용료를 받고 '시원한 삶을 서비스' 하는 회사가 된다. 에너지.프레온 가스 등 비용을 줄이려 하지 않겠는가. 반면 농산품 종자 개발회사인 몬산토의 경우 앞으로 (지적) 소유권을 활용, 몬산토 종자를 사용하는 모든 농가에게 사용료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는 유해한 네트워크의 예다. "

- 산업분류 자체도 바뀔 것으로 보는데.
"그렇다. 전체 경제는 대략 5~6가지 산업으로 분류될 것이다. 이동.오락.연예.금융.건강.교육, 그리고 주거생활 부문으로 재편될 것이다. 각 부문은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관련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이다. "

- 근로자의 생활도 많은 변화를 겪을텐데. '노동의 종말' 은 여전히 유효한가.
"유효한 정도가 아니라 『노동의 종말』에서 예견했던 기술여건 변화에 따른 실업의 급증 현상은 이제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보트와 같은 새로운 기술과 기계들이 등이 근로자, 특히 저임금 근로자들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면서 21세기 중반이면 지구인구의 5%가 인류전체가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 낼 것이다. "

- 그러면 나머지 95%의 근로자는 어찌되는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급속하게 늘어나는 체험산업이 이들을 흡수하는 것이다. 관광산업의 경우 앞으로 7년 뒤에는 국내총생산(GDP) 의 20%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들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오락.게임.음식.건강.복지 등 다른 체험산업으로 확산되며 새로운 고용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두번째 대안은 신기술, 또는 여기서 창출되는 이득의 일부에 과세해 이를 고유문화와 건강한 시민사회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시민사회단체에 지원함으로써 또다른 고용 기회를 만드는 것甄? 미국에선 이미 시민단체가 GDP의 6%를 창출한다는 추산도 있다. "

- 시민단체에 거는 기대가 큰 모양이다.
"향후 네트워크 경제 속에서 그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 상업주의가 지배하는 미래의 경제 속에서 그래도 문화 다양성을 보존하는 역할을 할 것은 시민단체일 것이다.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생물학적 다양성을 없애고 천연자원을 고갈시켰듯, 문화자원을 발굴해 상품화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판매하는 체제도 문화 다양성을 퇴화시키고 문화자원을 고갈시킬 위험성을 갖고 있다. 이것이 '문화와 상업의 대충돌' 이다. 하지만 문화는 여전히 상업과 정부가 설 수 있는 기반이자 원천이다. 문화 지상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업과 문화는 병존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화의 성공은 문화 다양성이 유지될 때만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요즈음 강연할 때 '세계문화기구(World Culture Organization) ' 를 창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곤 한다. "

*** 제러미 리프킨은…

제러미 리프킨(56) 은 방대한 자료조사와 이론연구를 토대로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은 10여권의 굵직한 저서들을 내놓았다.

특히 첨단기술에 의한 산업변화가 몰고올 대량해고사태 등 현대 문명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한 『노동의 종말』을 비롯, 『엔트로피』 『바이오테크 시대』 등은 지금도 세계 지식인사회에 끊임없는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유연하고 균형잡힌 시각과 해석이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조직 '경제조류재단' 의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여러 나라 정부의 대통령 정책 자문역도 맡고 있다.

워싱턴=김정수 경제전문위원.미 브루킹스 연구소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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