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 부산병동 두산의 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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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의 반환점에 가까워 오는 현 시점에서 한국 프로야구는 삼성 라이온즈와 현대 유니콘스의 2강, 두산 베어스, 해태 타이거즈의 2중, 한화 이글즈, SK 와이번즈, LG 트윈스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의 4약 체제로 가고 있다.

해태의 분발과 LG와 롯데의 몰락이 눈에 띄긴 하지만 무엇보다 필자는 두산의 분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시즌이 시작되기 전 두산은 분명 강팀으로 지목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한 번이라도 주전들이 빠지지 않은 상태로 경기를 갖는 것이 바람이라고 할 정도로 두산은 현재 심각하다.

즉 팀의 주력 투수들은 물론이고 타자들 대부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거나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두산은 제대로 된 선발 에이스가 없다. 시즌이 개막되자 마자 선발로 내정되었던 조계현-구자운-파머는 2군에 가 있거나 퇴출되었고 정진용은 현재 중간계투로 나오고 있다.

여기에 박명환-이혜천-최용호-이광우도 선발로 몇 번 등판했으나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해 박명환은 마무리로 이혜천과 이광우는 중간 계투로 내려 갔다. 최용호는 2군에서 컨디션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니일과 파머 대신에 영입된 버넷은 아직 검증 되지 못한 상태이며 콜은 미덥지 못한 상태이고 10승은 해주리라 예상이 되는 이경필은 복귀 조차 불투명하고 초반에 대활약을 해주었던 구자운도 잔부상으로 컨디션이 엉망이라 2군에 있다.

마무리에서 몇 번 실패를 맛본 진필중이 선발로 돌아설 지경이고 박보현이 어느 정도 선발로서의 역할을 해주는 것에 고마워 해야 할 정도이니 김인식 감독이 마운드 운용을 하는 데 있어 얼마나 어려움이 있는 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김인식 감독의 역작인 차명주-이광우-이혜천-장성진 등이 버티고 있는 국내 최강의 중간 계투진이 베어스 마운드 운용의 중심축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격 쪽을 바라보면 더더욱 암울하다. 주포 김동주가 시즌 초부터 부상으로 제 몫을 해주지 못했고 주전들인 정수근-장원진-우즈-심재학-홍성흔-김민호 등도 이런 저런 부상으로 몇 경기에 결장할 정도로 제 컨디션이 아니며 휴식이 필요하다. 여기에 백업으로 톡톡히 제 몫을 해주었던 홍원기와 상승세의 전상렬 등도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2군으로 추락했다.

내야수 안경현 만이 시즌 개막전부터 한 번도 주전에서 빠지지 않고 뛰고 있는 게 대견스럽기 까지 하다. 그러나 안경현도 알고 보면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으나 참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 두산의 엔트리를 보면 이종민-강규철-김원섭-강봉규 등 타팀 팬들에게는 생소한 이름들이 즐비하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지닌 특유의 끈기와 김인식 감독를 비롯한 코칭스텝진의 통솔력, 용인술(用人術) 그리고 뛰어난 작전에 의해 시즌 초부터 줄곧 3위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선수단의 의지와 정신력이 큰 힘이 되어 호성적을 유지함은 물론이고 현재 관중 동원 부분에서도 서울 라이벌 LG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만약 이라는 가정이 붙기는 하지만 두산에 주전들이 복귀하고 제 컨디션을 찾는 시점이면 아마도 삼성과 현대의 2강 체제는 무너질 가능성이 많다.

강해진 팀 전력에다 끈끈한 정신력으로 무장이 된다면 어느 팀에게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가되어 좋은 성적을 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야구장을 찾는 팬들도 증가하니 향후 두산은 돌발상황이 없는 한 플러스 요인 밖에 없다. 즉 올 시즌부터 진정한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선수들의 노력과 성적에 비해 KBO 총재를 배출하고도 8개 구단 가운데 인색하고 그렇게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프런트가 옥의 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두산이 최고의 구단이 되기 위해서는 구단주는 물론이고 프런트 전체 임직원들의 마인드 전환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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