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매수주체없어 코스닥 게걸음

중앙일보

입력

코스닥이 5월 초부터 한달 넘게 지루한 게걸음질을 계속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달 2일 이후 19일까지 겨우 1.96포인트(2.4%)오르는 데 그쳤다.

이 기간동안 하루 거래량이 5억주를 넘은 날은 6일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종합주가지수는 같은 기간동안 31.5포인트(5.4%)가 올랐고 거래량도 자주 7억주를 넘어섰다. 증시 관계자는 "거래소 시장이 활발히 움직이는 데 비해 매물대에 부딪힌 코스닥 시장은 '소화불량' 이 심각하다" 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의 무기력 증상은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는 데다 지수 76~85 사이에 매물이 집중적으로 쌓여있기 때문. 여기에다 미국 나스닥의 첨단 기술주들이 맥을 추지 못하면서 코스닥에도 인터넷.보안.게임.바이오 등 시장을 이끌만한 핵심 종목들의 주가가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이에 따라 주가가 조금만 오를라치면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와 찬물을 끼얹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교보증권이 코스닥 지수 1백선이 무너진 작년 9월15일부터 지난 18일까지의 지수대별 누적 매물량을 분석한 결과 코스닥지수 76~85 사이에 56.7%의 매물이 집중돼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처럼 두터운 매물대를 뚫고 지수가 한단계 상승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매수주체가 나타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을 주도해온 개인투자가들은 고객 예탁금이 게걸음을 하면서 몸을 사리고 있다.

또 외국인들은 지난달 이후 15일 연속 순매도를 보였다가 최근 5일 연속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순매수 규모는 시장 분위기를 돌려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코스닥에 참가하는 외국인들은 통신주를 비롯한 덩치 큰 주식만 거래하고 조금만 이익을 남겨도 과감하게 물량을 털어내는 단타매매에 매달리고 있다.

여기에다 기관들은 5월 이후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다.

교보증권 최성호 책임연구원은 "매수주체가 실종되고 거래량이 부진해 코스닥 지수가 상승하기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며 "다만 한달 이상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해온 코스닥 지수 76~80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고 말했다.

대우증권 신성호 투자전략부장은 "최근 국내외 증시에서 실적에 비해 가격이 낮은 저 PER(주가수익비율)주와 실적우량주가 각광받고 있다" 며 "코스닥의 평균 PER이 거래소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코스닥 지수는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 것" 이라고 진단했다.

이희성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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