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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진정성 있는 후속조치 따라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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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사과 회견에 대해 유신체제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은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고(故) 우홍선씨의 부인 강순희(79)씨는 “궁지에 몰려 누가 써 준 글을 그대로 읽는 느낌이라 진심이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 판결이 두 개라고 말했을 때 이가 갈리고 손이 떨렸다”며 “이제 와 마지못해 그런 말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다른 인혁당 사건 피해자 유족들도 성명을 내고 “지지율이 하락해 수세에 몰리자 대통령이 되고 싶은 마음에 거짓말로 사과하지 말고 차라리 가만히 있어 달라”고 했다.

 고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63)씨는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넘어갔다”며 “인혁당을 ‘민혁당’으로 실수하고 5·16 군사쿠데타와 유신의 헌정 유린을 단순히 5·16, 유신이라고 표현한 것은 역사인식이 전혀 없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고 말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의문사유가족대책위원회 등은 “폐지된 과거사위원회를 다시 설치해 진실 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박 후보의 사과를 평가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정성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만시지탄이긴 하나 기존 입장에서 진전된, 국민 요구를 반영한 내용이었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박 후보가 아버지 무덤에 침 뱉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헌정 파괴행위를 옹호하고 피해자들을 모독해선 안 된다고 하는 이성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유신헌법 40주년을 맞아 국회의 무효화 결의안을 제안한다”며 “사과가 진정성 있는 것이라면 걸맞은 후속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했다. 새진보정당추진회의 노회찬 공동대표는 트위터에 박 후보의 사과를 금연 약속에 비유해 “우리가 겪어 봐 알지만 금연 약속과 금연 실천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흡연 경력 50년씩 된 경우라면(더더욱 실천이 어렵다)”이라고 했다.

양원보·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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