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음악·일상·친구들·앞으로의 계획, 김건모

중앙일보

입력

1년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 99년 말 6집 〈부메랑〉 때에는 하얗게 탈색된 머리였는데, 검은 머리의 〈범생이〉가 되었다. 뛰어난 가창력과 무대 매너로 주로 빠른 댄스곡을 불렀던 김건모가 발라드를 타이틀곡으로 한 7집 앨범을 들고 우리 앞에 다시 섰다.

■ 386세대 겨냥한 발라드로 대변신


발라드와 김건모. 왠지 어울리지 않는 듯싶지만 새 앨범을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타이틀곡인 〈미안해요〉, 첫 곡인 〈바보〉, 오현경이 작사해주었다는 〈정〉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특히 타이틀곡 〈미안해요〉는 386세대의 정서를 담은 듯하다.

'그대여 지금껏 그 흔한 옷 한벌 못해주고/ 어느새 거치른 손 한번 잡아주지 못했던/ 무심한 나를 용서할 수 있나요' 아무래도 10대나 20대가 이해하긴 좀 힘든 가사다. 가사를 곱씹어보면 영락없이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화려한 댄스 대신 중년층까지도 흡수할 수 있는 담백한 발라드. 오랜만에 그가 들고 온 7집 앨범은 팬들과 김건모 자신 모두에게 의미 있는 앨범이다. 예전에 비해 보컬의 비중이 커졌다. 원래 노래 잘하는 김건모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그의 목소리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10년이란 세월 때문일까. 그의 노래에는 그윽한 연조가 느껴진다. 음색과 창법도 달라졌다. 과감하게 발라드를 타이틀곡으로 들고 나온 것은 팬들에게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새 앨범의 〈미안해요〉 〈바보〉를 들으면 〈지금의 나는 어제의 나와는 다르다〉는 그의 목소리가 묻어난다.

■ 공백기 삶에 맷집 생기고 굳은살 박여
앨범이 나오기 전날 집에서 목사님을 모시고 가족들과 예배를 드렸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가족예배를 해왔다.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예배가 김건모에게는 큰 힘이 된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교회에 나갈 시간이 잘 나지 않는 그로서는 이렇게 집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서른셋 인생을 살면서 이제는 삶에 맷집도 생기고 굳은살도 생겼다. 6집 때 일이 생각난다. 노래 컨셉트에 맞춰 머리를 하얗게 탈색했는데 이를 두고 방송국에서 문제를 삼았다. 모자를 쓰고 무대에 나갈 수도 있었지만, 후배들이 실망할까봐 그 후로 방송활동을 중단했다. 그 때문에 음반은 60여 만 장에 그치는 '흥행 실패'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휴식기 1년 6개월 중 초기 6개월 동안은 마음이 별로 안 좋았다. 주위의 시선도 편치 않았고 내리막을 타는 기분마저 들었다. 정리되지 않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곧 그는 다시 일어섰다.

■ 그의 다정한 친구들 - 신동엽·김승연·탁재훈·강병규…


유난히 친구들이 많다. 그 친구들의 범주에는 선배들, 후배들도 들어간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친구처럼 대하니까. 요즘 김건모는 아침마다 마음이 설렌다. 방송국에 가면 선배고 후배고 술 한잔 하자고 난리다. 특히 후배들에게 그는 정말 부담 없는 선배다. 엄한 선배 노릇하며 인사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인사 안 하는 후배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신인 가수 김건모입니다'라고….

인간관계도 확실하다. 친하면 확실하게 친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만나지 않는 스타일. 일단 한번 친해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MBC 앞에 가면 김건모가 가는 단골 수제비집이 있다. 허름한 식당이지만 이모라고 불리는 주인 아줌마의 손맛이 기막히다. 이 단골 수제비집은 김건모 패밀리의 아지트. 방송을 마치고 일단 이 수제비집에 모여 허기를 달랜 후 '거사'를 계획한다.

■ 동료들과 골프, 야구 하며 체력단련


쉬는 동안 야구팀을 결성했다. 장호일, 김승연, 탁재훈, 컬트삼총사의 김태균, 만화가 박광수 등 약간은 엽기적인 멤버들로 구성된 이 야구팀은 일요일 휴일 등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팀에서 김건모는 투수를 맡고 있다. 야구선수 출신 강병규의 지도를 받으며 맹훈련을 하고 있는 그의 주무기는 '야한 변화구'. 강속구를 던질 수 없어 어쩔수 없이 개발한 것이다.

김건모가 야구를 시작한 이유는 공백기 동안 부쩍 체력이 떨어지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속도 좀 안 좋았고, 목도 시원치가 않았다. 건강 때문에 좋아하는 술도 마음대로 마실 수가 없었다. 아직 30대인데 이래서는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원로가수'가 될 때까지 버티려면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 받쳐주어야 할 것 같았다.

야구 외에 골프도 즐긴다. 신동엽, 김승연 등 동료 연예인들과 시간이 날 때마다 필드에 나간다. 골프를 시작한 후로 건강이 부쩍 좋아졌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을 만나면 한번 시작해보라고 꼭 권한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허리 근육과 다리 근육을 많이 사용하므로 남자들에게는 최고의 스포츠라는 것. 골프 예찬론자가 다 되었다.

■ 활동 계획, 미래의 꿈, 결혼 가수로의 마지막 꿈은 고스펠


앨범이 나오자마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빗발쳤다.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비롯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 〈두남자 쇼〉 등 아침 프로그램에서 심야 프로그램까지 방송은 그를 애타게 원하고 있다.

갑자기 바빠지니 정신이 없다. 긴 휴식 뒤라 그래도 아직까지는 힘이 남아 있지만 더 바빠지면 머리가 멍해질 것 같다. 한창 전성기였을 때 하루 종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새벽에 들어오면 하루 동안 뭘 했는지 허무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름대로 내공이 생겨 '나'를 놓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나이가 나이다보니 결혼 얘기를 많이 꺼낸다. 하지만 그는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또 생각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결혼은 평범한 사람들의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은 행복하게 사는 그들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노래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고 싶다.

자신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세상에 지친 사람들이 안식을 느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할 수 없을 거라는 김건모. 서른셋 그의 노래에는 어느새 삶의 향기가 배어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