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하이닉스 GDR발행 최대 혜택 볼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이닉스반도체의 해외 주식예탁증서(GDR)발행 성공으로 금융주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대우자동차.현대투신의 매각 협상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부실채권으로 발목이 잡혔던 금융주들이 주도주로 부상할 것이란 분석이다.

GDR 발행으로 회생 가능성이 높아진 하이닉스는 지난 주 비싼 원주를 팔아 싼 GDR를 사려는 외국인들의 매도로 크게 하락했다. 반면 금융회사들은 하이닉스에 물린 채권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탔다.

국내 증시는 지난 주 미국 증시 하락이란 외풍(外風)을 금융주들이 앞장 서서 막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부실 채권으로 외면 받았던 저가 은행주가 대량 거래를 일으키며 상승을 주도했다.

하이닉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지난 7일 2천8백30원이던 주가가 15일에는 3천7백20원까지 올라 3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조흥은행도 연일 1천만주가 넘는 활발한 손바뀜 속에 18%나 껑충 뛰어올랐다. 하나.국민.신한.한미.주택 등 우량은행의 주가 상승률은 8~12%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종합주가지수 상승률(2.8%)을 웃돌았다.

여기에다 하이닉스에 이어 대우자동차와 현대투신의 매각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대우자동차판매와 현대증권도 지난 주말 주가 강세를 이어갔다.

하이닉스 GDR 발행에 금융주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은행권이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고 금융시장에 대형 부도 공포감이란 안개가 걷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이닉스의 부채는 미국 현지법인을 제외한 금융권 부채가 약 8조2천억원이며 이 가운데 은행권이 4조3천억원으로 가장 많다.

또 이달 중에 현대건설의 출자전환이 마무리되고 현대투신과 AIG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현대그룹 전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급속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LG투자증권 이준재 선임연구원은 "하이닉스의 회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반기에 채권 만기가 집중돼 있는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증권 백종일 금융팀장도 "하이닉스.대우차.현대투신은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기업들" 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이 성과를 내면 금융주를 중심으로 종합지수의 한단계 상승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들이 맥을 못추는 상황도 금융주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를 주도해온 외국인들이 주춤거리고 저금리 상황이 부각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부도 공포감이 낮아진 금융주 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재홍 기자hong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