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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비용 떠 안은 증권사들 HTS 속도경쟁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주식시장의 허수주문을 방지하기 위해 호가정보를 늘리고 총잔량을 공개하지 않도록 하면서 증권업계가 1천억원대의 설비투자 비용을 떠 안게 됐다.

특히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이 앞다퉈 홈트레이딩시스템(HTS)용 전송속도를 높이는 경쟁에 들어가 증권사들은 추가 비용을 물면서도 뒤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코스닥증권시장은 지난달 초 시세정보 전송방식(프로토콜)을 기존의 어싱크 방식보다 10배 이상 빠른 UDP방식으로 이미 변경했다.

증권거래소도 8월부터 UDP방식을 도입하고, 정부의 지시에 따라 호가정보를 현재의 5단계에서 10단계(매수 10단계.매도 10단계)로 늘릴 방침이다.

증권업계는 이에 따라 데이터 전송량이 6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과부하로 인한 전산망 다운을 막기 위해 추가 설비투자를 준비 중이다.

삼성.대신.LG투자.현대증권 등 주요 증권사 22개사에 따르면 전산설비와 통신망 증설에 모두 1천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HTS 거래비중이 높고 기존의 전송방식에 맞춰 설비구축을 끝낸 업체일수록 추가비용 부담이 늘어 사이버거래 수수료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HTS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대신증권은 전산장비 증설에만 1백억원, 추가 통신망 사용료로 연간 1백3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투자증권도 초기 투자비용으로 1백10억원, 통신망 사용 추가비용이 연간 3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증권은 1년간 약 50억원, 삼성증권은 54억원의 추가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증권거래소만이라도 전송방식 변경 시기를 늦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송속도 경쟁이 붙으면 업체들도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 과잉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희성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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