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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단지들 분양가 쫙 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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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다음달 초 실시되는 서울 5차 동시분양에 나올 재건축 단지 분양가가 대부분 주변 시세보다 낮을 전망이다.

재건축 단지들이 정부가 분양가 내리기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는 가운데 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 승인 신청을 서두르면서 분양가를 저렴하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구청에 접수된 예정 분양가가 주변 시세는 물론 같은 지역의 1년 전 분양가보다 싼 경우도 있다. 그동안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이어온 강남권에서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다.

송파구 잠실1단지와 잠실시영은 전용면적 18평형 정도의 25~26평형 가격을 평당 1790만원대에서 분양승인을 신청했다. 지난달 4차 동시분양에 나온 인근 잠실2단지 24평형의 평당 1830만원선보다 평당 40만원가량 낮고, 지난해 4월 평당 1817만원이었던 잠실4단지 26평형보다 싸다. 잠실4단지 26평형 분양권값은 4억9000만~5억원으로 평당 1900만원대다.

강동구 강동시영1단지도 지난해 11월 평당 1570만원에 분양된 강동시영2단지 24평형보다 평당 6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26평형을 분양키로 했다. 이들 조합 관계자는 "몇 개월 전 재건축 단지 가격이 약세일 때 관리처분 총회에서 정한 가격 그대로로, 현 시세를 반영하지 않아 가격이 낮다"고 말했다.

관리처분 총회 때 정한 가격보다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결정해 온 조합들의 관행에 건교부가 지난달 제동을 건 것도 분양가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4차 동시분양 때 분양 승인이 보류된 강남구 도곡2차는 이번에 분양가를 평당 20만~30만원 낮춘다. 조합 측은 "구청의 분양가 인하 권고를 받아들였고, 4차 때 주변 가격보다 낮게 신청했기 때문에 더 이상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당초 신청한 평당 1900만원대도 인근 도곡1차 시세에 비하면 30평형대의 경우 1억5000만~2억원 싼 가격이었다.

강서구 화곡2주구 24, 32평형의 예정분양가(평당 1000만~1200만원선)는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화곡1주구(우장산현대타운)의 비슷한 평형보다 5000만~6000만원 낮다.

이에 따라 입지여건이 좋은 데다 분양가가 싼 이들 단지의 청약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차 동시분양 때도 분양가가 낮은 편이었던 잠실2단지 24평형의 서울 1순위 경쟁률이 50대1 정도였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환수제 여파 등으로 인기 지역 재건축 단지의 분양이 없을 것으로 보여 이들 단지의 청약경쟁률이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5차 동시분양을 통해 강남 지역에 대거 분양될 10평형대 초소형 평형들은 큰 인기를 끌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4차 동시분양 때 잠실2단지 12평형이 30%가량 미분양된 데 이어 이번에 잠실시영이 16평형 344가구를 잠실2단지와 같은 평당 1500만원에 내놓는다. 삼성동 영동AID차관은 평당 1500만~1600만원에 12~18평형 416가구를 분양할 예정인데 지난해 3월 분양된 역삼동 아이파크 10평형의 인기(서울 1순위 7.9대 1)만큼은 관심을 끌기 어려울 것 같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임대 수익성이 높지 않고 강남권이지만 평형이 작아 입주 후 시세 차익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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