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다시 몰리는 채권시장…단기채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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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답답한 조정에 들어가자 채권시장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시중자금이 단기로 운용되면서 사들이는 채권은 1년 미만의 단기회사채가 대부분이다. 또 자금 사정이 호전된 기업들은 고금리로 발행된 회사채를 되사들이고 있다. 설비투자도 쉽지 않고 돈 굴릴 데도 마땅치 않자 돈갚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투신운용의 신화철 채권 매니저는 지난 4월 말부터 여러 증권사에 만기 1년 이하의 투자적격등급(BBB- 이상) 회사채는 눈에 띄는 대로 잡아달라고 부탁해 놓았다.

그러나 한달 보름 동안 그가 손에 넣은 회사채는 고작 24억원에 그쳤다.

신 매니저는 "자금운용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만기 1년 이하의 투자적격등급 회사채는 채권시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며 "단기 회사채의 금리도 크게 떨어졌다" 고 말했다.

1년짜리 회사채 금리(BBB- 기준)는 지난 4월 26일 11.79%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12일 현재 10.68%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거래되는 단기 회사채 금리는 증권업협회가 공시하는 기준 수익률보다 2~3%포인트 가량 낮은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다.

투자등급이 BBB-인 두산의 1년 미만 회사채는 증권업협회 기준 금리보다 3%포인트 낮은 7.7% 안팎에 매매되고, 투자등급이 BBB인 한화는 기준 금리(9.7%)보다 2.7%포인트 낮은 6.2%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이들 회사의 3년물 회사채는 증권업협회의 기준 금리와 엇비슷하게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 채권과 단기 회사채의 금리 격차는 최근 2~3%포인트로 벌어졌다.

단기 회사채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발행기업이 1년 내에 부도가 날 가능성이 작은 데다 연 5~6%인 국고채나 기업어음(CP)에 비해 수익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는 투신사의 MMF(머니마켓펀드)는 1년 미만의 단기 회사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신 매니저는 "장기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단기채 쪽에 수요가 몰린다" 며 "최근 장기채 금리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 단기채와 수익률 격차가 서서히 좁혀질 것" 이라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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