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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5연승 비결은 ‘긍정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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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포항의 클럽하우스 식당에 놓여 있는 고구마 화분. 선수들은 ‘예쁜 말 고구마’(왼쪽)에는 좋은 말만, ‘나쁜 말 고구마’에는 부정적인 말을 하는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큰 대조를 보였다. [연합뉴스]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클럽하우스 식당 입구에는 고구마가 심어져 있는 화분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그런데 한 고구마는 잎이 풍성하게 자라난 반면, 다른 고구마는 앙상하게 말라 있다. 풍성한 고구마에는 ‘예쁜 말 고구마’, 앙상한 고구마에는 ‘나쁜 말 고구마’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19일 포항 구단은 지난달부터 실시한 고구마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포항 선수들은 식당을 지날 때마다 예쁜 말 고구마에는 “사랑해” “너 참 예쁘다”처럼 긍정적이고 따뜻한 말을 건넸다. 반면 나쁜 말 고구마에는 욕설 등의 부정적인 말을 내뱉었다. 그 결과 발육의 차이가 확실히 드러난 것이다.

 고구마 실험은 포항이 올 시즌 실시하는 ‘감사 나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증오와 미움보다 서로를 따뜻하게 아끼는 마음을 갖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포항 선수들은 매 홈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에서 멋진 경기를 선보일 수 있도록 성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관중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상을 받거나 특별한 기록을 올리면 사비를 털어 팬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드필더 황진성(28)은 지난 5월 30-30클럽(득점과 도움 30개 이상)에 가입하고 피자 30판과 치킨 30마리를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나눠줬다. 6월 프로 데뷔 골을 터뜨린 김원일(26)은 아이스크림 600개를 돌렸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선수들도 긍정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구단에서 시키는 대로 참여한 선수들도 이제는 먼저 좋은 말만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장 황지수(31)는 “효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변하는 것 같다. 팀에 긍정적인 기운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은 K-리그에서 최근 5연승의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단과 유소년 선수단, 구단 사무국이 모두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며 “팬들과 소통도 늘다 보니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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